두산그룹이 28일부터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졸업한다.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로 2020년 3월 채권단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지 23개월 만이다.

두산, 채권단 관리 조기 졸업…"구조조정 모범사례"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채권단과 두산그룹 간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에 따른 관리체제를 28일부터 종결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산은은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전망에 대한 외부전문기관의 재무진단 결과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약정 조기 종결 배경을 밝혔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두산중공업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 채권단에 긴급자금 지원을 신청했다. 같은 해 6월 두산그룹은 산은·수은과 3년 만기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었다. 5조6500억원(평가액 기준) 규모의 계열사 보유 주식과 유형자산 등을 담보로 내놨다.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긴급 지원받는 대가였다. 2023년 6월까지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하면 채권단이 임의로 담보를 처분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두산그룹은 재무약정 체결 이후 클럽모우CC(185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 모트롤BG(4530억원),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등 알짜 사업을 잇달아 매각했다. 약정 기간 두산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매각한 계열사 자산은 3조1000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12월과 올 2월 각각 1조3000억원과 1조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에도 성공했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지난해 64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두산중공업이 당기순이익 흑자로 돌아선 것은 2013년(187억원) 이후 8년 만이다.

개별 기업과 맺는 자율협약과 달리 재무약정은 그룹이 대상이다.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를 따지는 만큼 재무약정에서 조기 졸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10년 동안 2014년 6월 산은과 3년 만기 재무약정을 맺은 동국제강이 2년 만에 졸업한 것이 유일한 사례다. 산은도 “짧은 기간 계열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두산중공업은 “국책은행의 지원과 협조에 감사 드린다”며 “차세대 원전(SMR), 해상풍력, 수소, 가스터빈 등 4대 사업을 앞세워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임기 내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두산중공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신한울 3·4호기 원전의 공사 재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맡은 두산중공업은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후 주기기 설비(4505억원)와 터빈 발전기(422억원) 부품 제작을 마쳤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하지 못하면서 총투자비 4927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