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계 없는 사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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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기 전 지난 삶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친다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루이빌대 연구진은 "사망한 87세 환자의 뇌 활동 기록을 통해 죽음 전후로 기억을 회상하는 뇌파 패턴이 확인됐다"고 국제학술지 '노화신경과학 최신연구'에 밝혔다.

연구팀은 한 87세 남성이 뇌출혈로 병원 응급실에 입원, 간질 발작을 감지하고 치료를 위해 뇌파 검사를 벌였다. 환자는 안타깝게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해당 환자의 뇌파 활동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 자료를 토대로 사망 당시 측정한 뇌 활동 900초 중 심장박동이 멈춘 전후 30초 동안의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마지막 순간에 감마 뇌파를 비롯해 알파·베타·델타 등 다양한 유형의 뇌파가 변화한 것을 확인했다.

뇌파는 우리가 집중하거나,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은 인지능력이 높은 작업을 수행할 때와 비슷한 패턴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뇌파 간의 상호 작용이 뇌로 흐르는 혈액이 멈추고 나서도 계속됐다는 점도 기록했다.

해당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루이빌대학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아지말 젬마 박사는 이 같은 연구에 대해 "전적으로 우연이었다. 애초 이러한 계획조차 없었다"면서 뇌 활동 분석 결과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중요한 삶의 마지막 기억을 회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젬마 박사는 "다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추억들을 볼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뇌가 회상한다면 아마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을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 대해 KIST 뇌과학연구소 조일주 박사는 "세포는 죽기 전 평소보다 더 활발한 신호를 보내는데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세포가 죽으면 기억회상, 시야를 담당하는 부분이라면 환한 빛을 보게 된다"면서 "임사(거의 죽음에 이르는 단계) 경험도 뇌가 극한에 갔을 때 발생한 뇌 신호를 통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