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룩스 대사, 부임 첫 인터뷰…"한국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모든 노력의 핵심"
영국 대표 '한반도통' 외교관, 30년만에 대사로 한국 부임…"고향 돌아온 기분"
신임 영국대사 "우크라 지키는건 민주주의 지키는 일…단합해야"
콜린 크룩스 신임 주한 영국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우리가 모두 단합된 전선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으면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푸틴 대통령과 그 정권에 이런 행동은 전적으로 용납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며, 우리는 다 함께 러시아가 치러야 할 대가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크룩스 대사가 이달 부임한 뒤 한국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직후에 진행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관계에서 매우 위험하고 슬픈 순간"이라고 평가한 크룩스 대사는 "이 침략 행위는 실패해야만 한다", "파트너들과 함께 러시아 정권이 고통스러운 결과를 경험하도록 노력할 결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그 자체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규정하고 "민주주의와 기본적인 국제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안보 역시 우리가 수호하고자 하는, 그리고 러시아가 오늘날 전복하려고 하는 그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시아와도 무관하지 않은 사안임을 강조했다.

2020년 12월 31일 유럽연합(EU)에서 분리되는 '브렉시트'를 완료한 영국은 외교정책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3월 2030년까지의 대외전략인 국방·안보·개발·외교정책 통합 검토(Integrated Review)를 발표하면서 인도·태평양 중시 정책 기조(The Indo-Pacific Tilt)를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적 의제에도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은 가치를 함께하고 있는 국가들을 이른바 '자유의 네트워크'(network of liberty)로 명명하기도 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이 인태 지역에서 강화하는 "모든 노력의 핵심에 한국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영이 문화, 지리, 역사도 다르고 경제개발 노선도 완전히 달랐지만, 기본가치가 똑같다.

둘 다 아주 활기찬 민주주의고 자유무역, 녹색성장도 공유하는 가치고 인권도 그렇다"며 "두 나라가 비슷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국이 직면한 도전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에 대한 위협도 포함이 되느냐고 묻자 "유감스럽게도 어떤 정부들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행복을 보호하는 대신 자국민을 탄압하고 다른 나라들도 위협하는 추세가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한국과 영국 같은 국가들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영국·호주 3국이 지난해 9월 새로 발족한 안보파트너십 '오커스'(AUKUS)는 영국의 최근 인태 기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조치 중 하나다.

그는 오커스에 대해 "특별한 어떤 나라를 겨냥한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우리 외교·안보 정책은 가치를 토대로 만들었으며 영·한관계도 그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서 함께 협력하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브렉시트 이후 한·영이 지난해 1월 1일 발효한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과 EU 사이의 FTA를 기초로 하고 있다"며 "FTA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현재의 FTA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이달 열린 '제1차 한영 FTA 무역위원회'에서 연내 개선 협상 개시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그는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 통상, 녹색성장 등을 예로 들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 외교부의 대표적 '한반도통'으로 꼽힌다.

한국어가 유창해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바꿔 써가며 이날 인터뷰에 임했다.

1995∼1999년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했을 때가 그의 첫 해외 임지였고, 당시 한영 수교사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한(1999년) 실무를 기획하기도 했다.

한국 근무 중 지금의 부인을 만났고 첫아들도 품에 안았다.

이후 주미 영국대사관, 주중 영국대사관 등에서 근무하고 2018년 말부터 2021년까지는 주북한 영국대사로 일했다.

이후 바로 한국에 부임한 것이다.

크룩스 대사는 "정말 고향에 되돌아온 느낌"이라며 "다시 와서 양국 관계를 위해 노력할 기회가 생겨서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에 다시 오는 것은 오랫동안 가진 소망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약 30년 만에 다시 돌아온 한국이 풍부한 첨단기술과 소프트파워, 문화유산 등 과거와 미래의 자산을 모두 갖춘 "아주 자신 있는 나라"가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5∼10년 동안 K팝, K드라마 등 한류를 통해 영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한국을 더 알게 됐다"며 "옛날부터 한국은 경제 강국이었지만 지금은 문화적 수퍼파워도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