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문기 아들 "父 발인날 산타옷 입은 이재명 보고 할머니 분통"
故김문기 아들 "父 발인날 산타옷 입은 이재명 보고 할머니 분통"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의 아들 김 모 씨가 김 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며 사진과 동영상, 연락처 파일 등을 23일 공개했다. 이 후보는 김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해명해 왔다.

김 처장의 장남 김 씨는 이날 권성동·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가 왜 아버지를 모른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김 처장의 동영상과 사진, 연락처 기록 파일을 공개했다. 김 처장의 장남이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1월6일부터 16일까지 10박11일간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당시 사진과 영상이 포함됐다. 당시 출장에는 이 후보와 성남시 공무원 8명,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기획본부장, 김 처장이 동행했다.

김 처장은 딸에게 보내는 영상에서 "나 얼굴 너무 많이 타버렸어.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며 "오늘 너무 재미있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말한다.

김 씨는 김 처장과 이 후보가 함께 찍힌 사진 6장도 공개했다. 당시 뉴질랜드 오클랜드 알버트 공원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이 후보와 김 처장이 손을 잡고 나무 기둥을 끌어안는 모습도 담겼다.

김 씨는 김 처장이 이 후보가 성남시장 당선 이전인 2009년 6월부터 이 후보와 교류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도 함께 제시했다. 김 처장은 휴대전화 연락처를 엑셀 파일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수정 날짜가 2009년으로 되어 있는 이 파일에 이 후보의 연락처가 '이재명 변호사'로 저장돼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는 지난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김 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건 경기도지사가 된 다음 기소됐을 때 그분 존재를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또 지난 연말 토크 콘서트에서도 "국민의힘에서 4명이 마치 골프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는데 확인하니까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에 일부를 떼어내서 보여준 것이었다"며 "조작한 것"이라고도 했다.

김 씨는 "변호사 때부터 연을 맺었던 이 후보는 조문도 없이 '모른다, 기억 안 난다' 이렇게 일관되게 태도를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발인 날에 이 후보는 산타 복장을 하고 춤을 추는 모습까지 보였다"며 "이 모습을 TV를 통해 보고 80대 친할머니께서는 오열하고 가슴을 치며 분통했다"고 전했다.
故김문기 아들 "父 발인날 산타옷 입은 이재명 보고 할머니 분통"
김 전 처장 발인은 지난해 12월 24일로, 이 후보는 당시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 당사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가졌다.

김 씨는 "이렇게라도 해야 저희 가족의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다"며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골프까지 같이 친 이 후보가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들로서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더이상 저희 곁에 없기 때문에 추후 진실이 밝혀져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하지만, 아버지의 명예가 마지막으로 회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