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급'을 가장 크게 좌지우지하는 과목. 그래서 부모들이 쓰는 전체 사교육비 가운데 절반을 차지한다는 과목. 그런데도 수험생 3할 이상이 포기해버린다는 바로 그 과목. 수학을 잘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수학 내신 9등급 고등학생 지우(김동휘 분)는 머리가 타고나거나 노력을 엄청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탈북자 출신 천재 수학자 학성(최민식)은 이들이 첫 번째, 두 번째로 나가떨어진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한 답은 '용기'다.

"너 참 어렵구나, 내일 아침에 다시 풀어 봐야지" 하는 용기가 있어야만 수학을 잘할 수 있고, 인생도 잘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숨긴 채 명문 고등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학성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이자 '사배자'(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인 지우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전쟁영화', '계몽영화' 등을 내놓은 박동훈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상업영화다.

학성은 지우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그 속에 담긴 인생의 교훈도 함께 깨우쳐준다.

친구들에게 성적을 깔아주느니 전학을 가라고 종용하는 담임 교사 대신 진짜 '선생'이 돼 준 셈이다.

둘만의 공간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우정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다 학성이 수학계 최대 난제로 꼽히는 리만 가설을 풀어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고, 지우는 교내 시험을 유출했다는 누명을 쓰면서 이들 관계 또한 위기를 맞는다.

지우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학성이 사람들 앞에 정체를 밝히고 나서야 하는 상황. 학성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영화는 수학을 매개로 두 남자가 사제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해나간다는 스토리가 '굿 윌 헌팅'(1997)을 닮았고, 수학에서 인생의 진리를 찾는다는 점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2005)과 비슷하다.

수학의 아름다움에 빠져 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수학자 캐릭터는 '뷰티풀 마인드'(2001), '파이'(1998) 등에서 많이 봐 온 모습이다.

여러 영화에서 힌트를 받은 듯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좀 더 말랑말랑한 연출을 바탕으로 두 남자의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

끝없이 숫자가 이어지는 원주율(π)에 음계를 붙여 피아노를 합주하는 장면 등은 동화적인 느낌도 준다.

수포자라도 쉽게 이해하도록 수학이라는 학문을 직관적으로 풀어낸 것도 매력적이다.

다만 다소 뻔한 스토리와 대학 입시, 불평등, 북한 이탈 주민 등 여러 사회 문제를 얕고 편의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극적인 서사를 위해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장면도 신선함을 주지 못 한다.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은 2000년대 중후반 상업영화에서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손쉽게 사용한 방식이라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최민식의 연기 내공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북한 사투리를 선보인 그는 천진한 얼굴로 수학을 찬양하다가도, 어느새 상처 입은 고집 센 중년 남자로 돌변한다.

식상할 수도 있는 학원물을 그의 연기력 하나로 끌고 나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월 9일 개봉. 상영시간 117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