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꽉잡아윤기'
/사진=유튜브 '꽉잡아윤기'
"스케이트는 많이 타면 탈수록 좋은데 하루 40분밖에 안 태워줄 때도 있어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은·동메달을 목에 건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김민석(23·성남시청)이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33·고양시청)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같이 말했다. 두 선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21일 게재된 이 영상은 이틀 만에 77만 9502회의 조회수를 기록, 올림픽 기간 국민의 가슴을 '웅장'하게 한 메달리스트들에 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40분 타고 은메달, 동메달을 딴 거냐", "앞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연습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국가대표가 훈련하겠다는데 못하게 한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대한빙상경기연맹,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의 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주말에도 안 되고 공휴일엔 아예 닫으니까, 심할 땐 하루 40분씩 일주일에 4일밖에 훈련을 못 한 적도 있어요. 외국 선수들은 타고 싶을 때마다 타는데 우리나라는 '타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해야 해요."

빙상연맹 측은 정재원, 김민석 선수의 발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태릉 선수촌 빙상장 사용 신청 관련해서는 대한체육회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연습이 가능한 곳은 태릉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빙상장 사용은 지도자들의 신청을 받아 시간을 배분하고 있는데 선수 개인 입장에서 (연습 시간이) 적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이 사용 가능한 국제규격의 400m 트랙을 보유하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 선수들은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15시부터 18시까지 해당 빙상장을 사용할 수 있다. 국가대표,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문선수(실업팀) 등이 빠듯한 시간을 쪼개어 훈련한다.

태릉선수촌 정년구 운영부장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정 부장은 "대한체육회에서 1년치 씩 종목별로 훈련 일수를 승인해주고 있다. 그레이드(등급)에 따라 종목별로 훈련 일수가 다르다. 그레이드 결정 요인은 올림픽,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을 획득하거나 국가에 공헌한 바가 있는지로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이 대한체육회에서 1년 230일 훈련을 승인받았다면, 빙상경기연맹과 스피드 스케이팅 지도자가 승인받은 기간 내에서 월별 스케줄을 작성하고 태릉선수촌으로 공문을 보내 빙상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정 부장은 "선수들의 '40분' 발언을 확인했다"며 "속속들이 사정은 모르겠지만 디테일한 시간 안배는 해당 종목 감독과 연맹의 고유 권한이다. 기술 훈련이 있을 수도 있고 체력 훈련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시설관리 인력 등이 탈진 상태에 이르도록 운영을 해왔다. 구정 연휴에도 열어달라고 하셔서 열었고, 고생한 만큼 성적이 나와 기뻤다. 그런데 유튜브를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주말에 스케이트장을 사용 못 했다면 코로나가 극심한 상황이었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대표 선수들에 한해 열어줬다. 선수 개인의 차원에서 아쉬울 수 있으나 지도자들의 판단에 따른 시간 배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족한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 부장은 "평창 올림픽 때 강릉에 지은 스피드 스케이트장이 있다. 올림픽이 막을 내린 후 해당 빙상장을 활용해야 하는데 잘 안됐다.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은 연 30~40억 원에 달하는 시설 운영 비용 때문에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 빙상장은 1971년 처음 옥외에 만들어진 후 2000년 2월 현재와 같은 실내 빙상경기장으로 탈바꿈했다. 정 부장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지은 지 20년이 되어가고 문화재청 땅이라 2024년까지 철거를 해야 한다. 그러나 대체 장소가 마련되지 않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주로 수도권에 선수들이 있는데 제대로 연습할 곳은 태릉밖에 없어서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