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대에서 신학전공으로…"끝없는 공부로 차별화된 길 가고 싶어"
국내에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 중복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 취득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지난 10일 나사렛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조영찬(50) 씨다.

2007년 나사렛대 점자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한 그는 그 이듬해 신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5년만에 복수전공(사회복지학과)으로 학부를 졸업한 조씨는 이어서 대학원에서 신학과 기독교상담학을 5년에 걸쳐 끝냈다.

그는 2017년 박사학위 준비를 시작해 5년 만에 박사학위를 얻었다.

학위 논문 제목은 '하느님, 언어, 삼관인(三官人)'이다.

부제목은 하느님의 경험과 이해에 관한 삼관인(시청각 장애인)의 현상 해석 언어학적 성찰과 그 의의다.

삼관인은 '시청각 장애인' 대신 자신이 직접 만든 단어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5개의 감각기관(五官) 중 3가지 감각은 갖고 있다는 의미다.

박사 학위를 얻기까지 조씨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수많은 책을 읽고 소화해야 했고 각종 시험을 통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척추 장애를 가진 그의 아내 김순호 씨가 옆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도서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아내가 모든 책을 스캔작업 후 한글파일로 글자화하면 남편이 점자 단말기로 읽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쳤다.

조씨는 15년간 공부해오면서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희망을 품는 일에 줄곧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인들로부터 한국에서는 아직 조씨 같은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가야 한다는 조언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길을 찾겠다는 희망을 품고 공부해왔다.

그 희망 찾기는 현재진행형이고 평생 이어질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2일 연합뉴스에 "삼관의 핸디캡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는데 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질문에 그는 "끝없이 공부를 하면서 차별화된 길을 가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학부를 졸업하고 특수목회를 하거나 복지관에서 근무하기 위해 신학을 전공으로, 사회복지를 복수전공으로 삼았다.

그러나 학부, 신학대학원, 석사, 박사를 졸업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나 여건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현재는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의 제안이 들어오지 않고 있고, 배출되는 학위 취득자들보다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성급하게 일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저만이 갈 수 있는 차별화된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씨는 "남들이 다 하는 목회, 강의, 직업이 아닌 남다른 빛깔과 방식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가고자 하는 생각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대입 이후 장장 15년, 극진한 아내의 내조, 정성 어린 지원사들의 도움, 빛나는 교수님들의 언어들…치열한 사투 끝에 상봉한 박사학위라는 구름모자. 구름나라 지나서 어디로 갈까, 샛별 등대 향해 항해할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는 글로 진로 대한 기대가 가득 차 있다.

그동안 조씨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이 나오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24회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의 장편 경쟁 부문에서 아시아 최초로 대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