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미 리튬 선점에 박차…글로벌 공급망 경쟁 가속
중국이 남미에서 리튬 선점에 박차를 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은 '하얀 금'(white gold) 혹은 '신 석유'(new oil)라 불리며 갈수록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중국이 발 빠르게 세계 리튬의 56%가 매장된 남미의 '리튬 삼각지대'를 공략하면서 미국 등 서방이 경계하고 있다.

지난 6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발표한 며칠 후 중국 시장에서 리튬 현물가격이 처음으로 t당 200만 위안(약 3억7천600만원)에 도달했다.

1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 뛰어올랐다.

아르헨티나는 칠레, 볼리비아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에 속한다.

중국 기업들은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의 최대 투자자이자 구매자이며, 세계 리튬 정제의 3분의 2를 담당한다.

전기차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중국의 채굴 기업과 배터리 제조사, 자동차 업체 모두가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뛰어들면서 중국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게 됐다.

중국은 리튬 배터리 생산 1위 국가지만 리튬의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한다.

IHS마킷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리튬의 85%는 남미와 호주 산이다.

SCMP는 "중국과 아르헨티나가 글로벌 리튬 공급망의 주요 주자들이 됐다"며 "중국은 남미의 리튬 삼각지대에서 더 큰 파이를 차지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서방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리튬 채굴과 정제가 정치화되고 있다"며 "중국과 아르헨티나의 밀착은 중국에 대한 리튬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공약한 서방 국가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가 기후 목표를 달성할 경우 2040년까지 글로벌 리튬 수요가 4천% 이상 치솟으리라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라이언 버그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추세는 리튬 산업을 통제할 경우 향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리서치 회사 판지바는 지난 9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14차 5개년(2021∼202) 계획에서 전기차 같은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의 리튬 정제 시장 장악을 언급하며 자국 공급망에 대한 100일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9월 처음으로 리튬을 '중요한 원자재'로 분류했다.

다만, 리튬 채굴 프로젝트에 대한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유럽의 리튬 공급망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중국, 남미 리튬 선점에 박차…글로벌 공급망 경쟁 가속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대규모 리튬 매장 지대가 발견돼 중국이 반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과학원 광저우(廣州)지구화학연구소와 칭하이 지질조사원은 에베레스트산 인근 칭짱(靑藏)고원 지대에 속하는 칭하이성 바옌카라(巴顔喀拉) 일대에서 리튬과 베릴륨, 텅스텐 등이 매장된 지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신화 통신은 신장(新疆) 서부 지대와 쓰촨(四川)의 북서부에 위치한 촨시(川西)평원에 이어 칭하이에서도 희귀 금속과 희토류 매장이 대거 확인되면서 신장-칭하이-쓰촨 벨트가 중국의 대표적인 희귀 지하자원 기지로 떠오르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과학원은 해당 지역에 101만2천500t가량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