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브리핑룸 단상에 오른 오세훈 서울시장의 뒤편에 설치된 화면에 영화 편집 영상이 상영됐다.

영국 복지제도의 허점을 신랄하게 꼬집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이엘 블레이크'. 2016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영화는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목수 다니엘이 심장병이 악화해 일할 수 없게 된 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 도입에 결정적 계기가 된 영화"라면서 "왜 새로운 종류의 소득보장 실험이 필요한지 (이 영화로) 설명을 하곤 한다"고 운을 뗐다.

오 시장은 "이런 스토리는 영국뿐 아니라 복지제도를 수행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공통으로 겪는 불편, 기존 복지제도의 부작용 내지는 단점"이라며 "안심소득은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북구 네모녀'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잊어버릴 만하면 등장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어떤 복지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가 고민을 담고 있다"며 "중앙 정부가 미처 시도하지 못하는 실험적인 소득보장 실험을 서울시에서 3년 정도의 기간을 갖고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안심소득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오 시장의 핵심 공약사업인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소득보장제도로, 서울시는 기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약 33%) 이하이면서 재산이 3억2천600만원 이하인 800가구를 안심소득 시범사업 참여 가구로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전 국민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실험이 여러 가지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사각지대를 커버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촘촘한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준비가 된 게 안심소득"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심소득을 도입하는데 "복지부가 예상외로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며 "새로운 소득보장 시스템을 실험하는 데 중앙정부도 굉장히 갈증이 있었지 않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라고도 했다.

오 시장은 "이 시도는 실험"이라며 "이걸로 뭔가를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실험 대상이 된 가구의 근로 의욕의 변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생각의 변화를 경제학자, 복지학자, 통계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를 총동원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게 이 정책 실험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 조사를 하게 된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실험 과정을 공유하고 세계 소득보장 네트워크를 설립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브리핑 끝에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한 번 더 언급했다.

오 시장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 한평생 일해오다가 아파서 일을 못 하게 돼서 복지혜택을 받으려고 하니까 끊임없이 입증해야 하고, 끊임없이 자존감이 허물어져 가는 기본 복지제도의 단점을 최소화하는 게 안심소득의 최대 장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금성 복지이다 보니 투기 등 왜곡된 목적으로 지원금이 흘러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바로 시행하지 않고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예상 가능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별 복지인 안심소득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기본소득을 하는 이유는 그게 간단해서다"라며 "안심소득을 해보고 싶지만 할 수 있는 나라 자체가 많지 않다.

소득과 자산에 대해 정확히 파악돼 있고 추적 관찰할 수 있는 툴이 마련된 나라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