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비의료인 타투 시술 합법화 의견…"현실과 법 괴리"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는 '타투'(문신)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의료인 시술 행위의 합법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로 해 주목된다.

2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국회에 계류된 문신 관련 입법안은 시술의 안전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고 보건 위생상의 위해를 줄이려는 공통된 목적이 있어 입법 취지가 매우 타당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특히 인권위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해외 사례와 문신 시술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 문신 시술을 받는 피시술자의 행복추구권 등을 들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현행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 없이 문신 시술을 한 시술자는 의료법 및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는다.

21대 국회에서는 류호정 의원이 타투이스트 면허와 업무 범위, 타투업자의 위생관리 의무, 정부의 관리·감독 등을 규정한 '타투업법안'을 발의한 것을 비롯해 '문신사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엄태영 의원 대표발의) 등 일정한 규제 속에 비의료인 시술 행위를 합법화한 법안들이 발의돼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문신·반영구화장이 대부분 의료 목적이 아닌 미용이나 예술적 목적으로 시술되는 경우가 많고, 관리체계를 마련해 이용자 건강을 위한 위생 여건뿐 아니라 종사자의 직업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성 등을 입법의 근거로 내세운다.

인권위는 "다양한 방식의 규제를 통해 직업 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면서 보건 위생상 위험을 방지할 효과적인 대체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데도 의사 면허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시술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에 필요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 비의료인 타투 시술 합법화 의견…"현실과 법 괴리"
이어 "법익의 균형성 관점에서도 해당 규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보건상의 공익이 관련 당사자가 침해당하는 법익의 가치와 정도보다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문신사 면허제도·문신업소 위생관리 및 감독·문신 피시술자 연령 제한 등 내용이 담긴 법안에 대해 국회가 입법 논의에 나서서 문신업을 양성화하고, 문신업이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비의료인에 의해 대부분 문신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과 법 제도 간 괴리가 큰 상황에서 인권위가 해당 안건을 좀 더 일찍 논의했어야 한다는 내부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등은 "현행 의료법에 따라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범죄화하는 것은 타투이스트들의 직업 선택·예술·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위는 진정 사건 조사 대상은 아니라며 진정을 각하하는 대신 정책 과제로 검토하기로 하고 이같이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