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7배 수준…"가족 해체 속에 좌절감 더 크게 느껴"
이달 초 서울 오피스텔에선 50대 남성 고독사
4050 중년남 덮치는 고독사…5년간 2735명 고립속 생 마감
방바닥에는 휴짓조각과 온갖 고지서,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뒤엉켜 널브러져 있었다.

싱크대에는 먹다 만 컵라면 컵과 배달 음식 용기가 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약봉지와 약통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쌓인 상태였다.

방에서는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가 났다.

어지러운 방 한쪽 선반 위에 놓여있던, 2008년 한 증권사가 시상한 모의주식투자 상패가 번쩍이며 주변을 더 낯설게 했다.

쓰레기 더미 한켠에는 고인의 이름이 적힌 법무법인 명함이 잔뜩 쌓여있었다.

지난 3일 서울 강동구의 한 원룸형 오피스텔에서는 50대 남성 박모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제 자리를 잃고 흩어진 살림살이와 먹다 남은 음식 그릇, 생을 어렵게 이어주던 약 봉지 등은 한때 가지런한 가장이었을 수도 있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건물 관리인 A(77)씨는 21일 "주변에 방문하는 사람도 없고 굉장히 불쌍한 사람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평소 내원하던 병원의 의사 B씨는 주 3회 혈액 투석을 받던 박씨가 병원에 오지 않자 지난달 28일과 이달 초 두 차례에 오피스텔에 찾았다고 한다.

그는 박씨를 만나지 못하자 집에 없다고 생각해 돌아갔고, 박씨의 시신은 이달 3일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한 오피스텔 입주민이 소방에 신고하고 나서야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가 평소 앓고 있던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박씨 집에서 나온 명함에 적힌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박씨와는 오랜 친구여서 명함을 파줬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박씨가 이혼하고 혼자 산 지 오래됐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박씨와 같은 중년 남성의 고독사에 대해 사회적 안전망과 대책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고독사 현장, 강력범죄 현장 등의 특수 청소를 해온 김새별 바이오해저드 대표는 "지난 1년간 청소한 고독사 현장의 90% 정도가 40∼50대 남성 고독사 현장이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체감상 수가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고독사하는 중장년층 남성 중 많은 수가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이혼 뒤 혼자 작은 공간에 살며 술을 많이 먹는 이들이었다"며 "40∼50대의 경우 인력 사무실에 나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무연고 사망한 40∼50대 중장년층 남성의 수는 2천735명으로 같은 연령대 여성 383명에 비해 약 7배 많았다.
4050 중년남 덮치는 고독사…5년간 2735명 고립속 생 마감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라는 것은 사회적 고립에 의해 발생하는데 중장년 남성의 경우 가족 해체 과정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고독사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 교수는 "특히 중장년층 남성의 경우 가장으로 책임지지 못했을 때 좌절감 등을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이 겹치면 고독사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기본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연령으로 인식되니 사각지대에 들어가 있을 때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진다"며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취업 지원과 정신건강에 대한 치료 지원 등의 지원 시스템이 더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