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시행하는 전년 4분기 실적 발표에는 올해 시장 상황과 회사 경영 전략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이 담기곤 한다. 전문가들이 “4분기 IR(기업설명)북을 보면 그 기업의 한 해가 보인다”고 말하는 이유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4분기 연결 기준 실적 발표를 한 상장사는 총 944개로 대부분의 주요 상장사가 4분기 성적표를 제출했다. 상장사들은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내놓는 IR 자료에서 올해 시장 전망과 연간 실적 전망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내놓는 기업들은 그만큼 실적 안정성이 높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드라마 제작사인 코스닥 상장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10일 IR북을 통해 올해는 전년 대비 7편 증가한 32편의 드라마를 방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판매 매출이 전년 대비 1.5% 감소했지만 올해는 6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IR북이 공개된 뒤 주가는 7% 넘게 올랐다.

2차전지 동박을 주로 생산하는 SKC는 올해 매출 3조8000억~4조원, 영업이익 4500억~5000억원을 제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동박이 공급자 우위 시장인 만큼 실적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올해 매출 가이던스를 77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컨센서스(80조2192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가이던스가 보수적인 전망치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는 다른 상장사들과 달리 차입금 규모 전망치도 21조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재무 안정성까지 고려한 가이던스다.

최근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IR북은 올해 전망에 대한 언급을 담지 않은 채 지난해를 돌아보는 수준에 그쳤다. 게임 제작사 펄어비스의 IR북은 분량이 44페이지에 달한다. 길어도 20~30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다른 상장사들보다 많다. 올해 글로벌 게임 시장 전망과 이에 따른 회사의 대응 전략을 세세히 담아 애널리스트들의 호평을 받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