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여성 집안까지 쫓아간 30대 징역 10개월 실형
거리를 배회하다가 길을 지나는 여성의 뒤를 밟아 집 안까지 들어간 30대 남성이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주거침입·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이모(38·남)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씨는 작년 9월 7일 오후 9시께 서울 서초구에서 배회하다가 근처를 지나가는 피해자 A씨를 뒤따라가 A씨의 거주지인 오피스텔 현관문 안까지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A씨가 현관문을 여는 틈을 타 문을 손으로 붙잡고 안으로 들어갔으며, 기척을 느낀 A씨가 소리를 지르며 두 차례 밀어낸 끝에야 밖으로 나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별도로 이씨는 작년 6월 2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무인 정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산기에 설치된 액정 화면을 주먹으로 때려 깨트린 혐의도 있다.

재판에서 이씨는 A씨의 집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만 확인했을 뿐 침입하지 않았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등의 논리를 폈으나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주거지에 무단으로 침입했고, 주차장 무인 정산기를 손상했다"며 "과거 주거침입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다시 주거침입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느꼈을 두려움과 정신적 충격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주거침입 범죄로 체포된 이후 관련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등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씨가 2020년 9월께부터 조현병 의심 증상으로 치료받아왔고 망상이나 환청을 동반한 정신 이상 증상을 겪고도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며 치료감호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현병 의심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것은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되기 1년 4개월 전이고, 담당 의사는 피고인에게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면서도 정신장애가 있는지 확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피고인을 심신장애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