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하나 둘 셋!' 안들려도 쾌속질주…청각장애 봅슬레이 선수 노섹
봅슬레이에서는 선수들이 함께 셋을 세고 스타트하는 모습이 흔하다.

동시에 썰매를 밀어 스타트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체코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의 주전 브레이크맨으로 참가한 야쿱 노섹(33)에게는 별 효과가 없는 방법이다.

18일 올림픽 정보 제공 사이트인 '마이인포'에 따르면 노섹은 세 살에 수막염에 걸려 청력을 거의 잃었다.

오른쪽 귀는 아예 들리지 않고, 왼쪽 귀는 15% 정도만 청력이 살아있다.

노섹은 장애를 이겨내고 스포츠인의 길을 걸어왔다.

청각 장애인들의 올림픽인 '데플림픽'에 3차례나 출전했다.

높이뛰기, 멀리뛰기, 10종 경기, 창던지기 등 여러 종목에서 활약한 '만능 육상인'이다.

봅슬레이에 입문한 것은 2014년부터다.

노섹에게 비장애인과의 경쟁은 더 어려웠다.

시속 130㎞를 훌쩍 넘는 스피드에 공포감도 상당했다.

노섹은 "결국 더 많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를 마치고 썰매로 뛰어들고 썰매를 조정해 나가는 게 어려웠다"면서 "8년 동안 썰매를 타면서 리듬을 알게 됐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올림픽] '하나 둘 셋!' 안들려도 쾌속질주…청각장애 봅슬레이 선수 노섹
노섹은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파일럿 도미니크 드보락과 함께 2인승에서는 17위, 4인승에서는 21위의 성적을 냈다.

이번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4년 전보다 더 어려웠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었다.

노섹은 "입술을 읽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해왔는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노섹과 드보락은 이번 대회 2인승에서 4년 전보다 두 계단 높은 15위에 올랐다.

한 발씩 전진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청각장애인들이 힘을 얻기를 노섹은 바란다.

때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악성 댓글이나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노섹은 "난 듣기 싫은 소리는 안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노섹은 19일 4인승 드보락 팀의 일원으로 다시 한번 트랙에 몸을 던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