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구 개편 문제가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년 넘게 대선 때마다 나오는 소위 ‘묵은지’ 이슈다. 학계와 정치권, 대선 캠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서로 다른 방향의 개편안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그만큼 시급하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기구 설치법’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만들어질 때부터 계속돼 온 이슈다. 산업 지형이 바뀌고, 부실 감독 문제가 터질 때마다 관료기구(현 금융위원회)와 민간기구(금융감독원) 간 권한 조정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다.

이번엔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개편 관련 법안을 내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대규모 권력형 금융사건이 터졌는데도 금융당국이 감독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해 투자자 피해가 컸다는 게 출발이다. 관료조직인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위원회(부활)와 금감원에 더 센 감독권한을 주자는 법안이 4개 나왔다. 이와 반대로 금감원 임직원들이 라임사태 등에 대거 연루됐던 만큼 그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법안도 제기돼 있다. 여기에 금융위를 ‘금융부’로 승격시키자는 안까지 그야말로 개편 논의가 ‘백가쟁명’식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금융감독 조직에 정답이 없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감독 기능을 관료집단에 맡기면 관치 문제가, 민간기구에 권한을 더 주면 권한남용 문제가 그때마다 불거져왔던 게 사실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도 각국 사정에 맞게 관료·민간 기구에 권한을 배분해 운영하고 있다.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즉 어떻게 금융감독 기능을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옳다. 라임 사태 등이 터졌을 때 감독기구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뭉개기 조사로 일관하거나, 나중에 책임소재를 놓고 떠넘기기에 급급해서는 누구에게 권한을 더 주든 결과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금융전문가 312명이 “금융감독의 기본원칙을 저버리는 구조적 문제점을 청산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중 규제와 권한 남용 우려 등 각자에 유리한 이유를 들어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기 전에 선량한 관리의무자로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원칙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부터 하는 게 도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