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 세수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정부 살림살이는 30조원 이상 밑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재정지출이 사상 처음 600조원을 넘어선 결과다.

기획재정부가 17일 내놓은 ‘2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재정 수입은 570조원, 총지출은 600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국세 수입과 세외 수입, 기금 수입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통합재정수지는 30조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재정 수입은 작년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전망했던 514조6000억원 대비 55조4000억원 늘었다. 부동산 및 주식시장 호조로 소득세 수입이 예상보다 14조6000억원 늘며 전체 국세가 29조8000억원 더 걷혔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

자산시장 호황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성 기금의 자산운용수익도 25조원가량 증가했다. 국민연금 자산운용수익은 약 40조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21조원 늘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11월 기준 924조1000억원을 나타냈으며, 운용수익률은 8.13%를 기록했다. 우체국 예금운용수익 증가 등으로 세외 수입도 2차 추경 대비 1조원 증가한 30조원 수준을 나타냈다.

총지출은 코로나19 피해 지원 및 방역 예산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50조원 늘었다. 다만 재정 수입 증가폭이 지출 증가폭보다 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2차 추경안 편성 당시 전망했던 90조3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날 나온 재정 수입 및 지출 규모 등은 잠정치로, 정확한 수치는 오는 4월 이뤄지는 국가결산을 통해 공식 발표된다. 정부 수입과 지출만 따진 연간 관리재정수지 실적은 다음달 재정동향에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7조원으로 해당 시점까지 통합재정수지 적자(22조4000억원)의 세 배를 넘는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경제 정상화와 민생 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 신속한 재정 집행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영업시간 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 44만 명에 대한 2조원의 손실보상금이 지난 11일까지 선지급됐다. 영업 제한과 관계없이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 등에게 지급하는 100만원의 방역지원금은 14일까지 303만 명에게 집행됐다.

노경목/강진규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