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피의자 진술 외 추가 증거 없어…법률적 판단 따른 무죄"
검찰 "항소심 통해 범죄사실 입증할 것"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인 이모(당시 45세) 변호사 살해 사건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56) 씨가 살해 혐의에 대해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 변호사 살해 공모 피고인에 무죄 선고…협박 혐의만 인정(종합)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17일 살인과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6) 씨에게 협박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피의자 진술 외 별다른 추가 증거가 없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 중 상당 부분은 단지 가능성과 추정만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부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에 대한 협박 부분은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지역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동갑내기 손모 씨와 함께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동선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손씨가 같은 해 11월 5일 오전 3시 15분에서 6시 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열린 재판에서 김씨가 사건 당시 사실상 손씨와 공모해 범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김씨에게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법리다.

검찰은 "피고인은 장기간 철저한 준비 끝에 계획적 살인을 저질렀지만 지금도 사건의 배후나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며 "또 재판 내내 진술을 번복하며 모든 책임을 공범에게 전가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가 전혀 없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김씨에게 "(살인 혐의에 대한 판결은) 법률적인 판단에 따른 무죄라며 더 말은 하지 않겠다"고 두 차례 강조해 여운을 남겼다.

사건 당시 피해자인 이 변호사의 사무장으로 일했던 고모 씨는 "피고인은 처벌을 받아야 할 죄인인데 법률적 판단으로 무죄가 나와 원통하다.

검찰이 반드시 항소해 죄를 입증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인터뷰를 자청해 범행을 자백하는 임의성 있는 진술을 했고, 제반 증거와 법리에 비춰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되는 것으로 판단해 기소했다"며 "항소심을 통해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해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