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잠긴 유흥주점 출입문 열자 손님·접객원 '우르르'

충북경찰 청주 유흥가 단속현장 가보니 불 끄고 심야영업
업주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어", 경찰 "단속 강화할 것"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었어요.

한 번 눈감아 주면 안 됩니까?"
지난 16일 오후 10시 41분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유흥주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심야영업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업주는 생계를 위해 규정을 어길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되풀이했다.

충북경찰청 단속반 10여 명이 이 업소에 도착할 당시 '저녁 9시(영업마감)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안내문이 붙은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업소 간판의 불은 꺼진 상태고, 건물 내부도 칠흑같이 어두워 얼핏 보기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 업소가 예약된 손님만 몰래 받아 심야영업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단속반은 건물 주변을 에워싼 뒤 출입문 앞에 서서 업주에게 문을 열도록 요구했다.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 개방하겠다고 압박하자 마침내 아무도 없을 것 같던 실내에서 인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굳게 닫힌 출입문이 열렸다.

뿌연 담배 연기로 가득 찬 실내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술병과 안주가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일부 접객원은 옥상으로 연결된 비밀통로를 통해 도주하다가 이를 알아챈 단속반이 임시 벽을 부수고 쫓아간 통에 붙잡혔다.

화장실에 웅크린 채 몸을 감춘 접객원도 단속반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5분여 만에 남성 손님과 외국인 접객원 등 9명을 적발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실을 고지했다.

업주 A씨는 "술 마실 시간에 영업하지 말라고 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생계 때문에 버티고 버티다가 영업을 한 것"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용객들은 허탈한 표정을 짓거나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도주를 시도한 접객원 4명과 업주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나머지 5명은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해 유흥업소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단속을 벌여 모두 672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적발했다.

오윤성 생활질서계장은 "적발된 업소는 관할 자치단체에 위반내용을 통보해 행정처분 받게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고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이달 20일까지 식당·카페와 유흥시설, 노래방, 목욕탕, 실내체육시설 영업이 오후 9시로 제한된다.

감염병 예방·관리법은 영업시간 제한을 어긴 업소에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