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고용관계 아니어서 급여 및 처우개선 등 관여 못 해"

설악산의 작은 거인이자 기부 천사로 알려진 지게꾼 임기종(65)씨에 대한 노동착취 논란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난감해하고 있다.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노동착취 논란에 국립공원사무소 '난감'
16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모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임씨에 대한 노동착취 국민청원 등과 관련한 민원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도 임씨의 노동임금과 관련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임씨에 대한 국민청원 관련 기사에도 수십에서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방송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

현대판 노예와 다름없다.

임금은 누가 책정하는 것이냐.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등의 내용으로 임씨가 지게로 물건을 운반하고 받는 돈이 너무 작다는 것을 지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악산사무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답변을 통해 "임씨의 급여 및 처우개선 등에 관한 사항은 안타깝게도 사무소가 행정적으로 관여하거나 개입할 수 없는 사항으로 직접적인 조치가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설악산사무소는 "임씨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거나 국립공원의 물품 운반 등을 목적으로 일일 노무를 제공했던 분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임씨가 과거 공원 내 민간시설(휴게소 및 대피소)과 암자 등에 물품 운반을 대가로 일당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현재 공원 내 휴게소는 모두 철거됐고 대피소는 공단 직영으로 전환된 후 헬기로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임씨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이 있는지 방송과 관련한 사항을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확인하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임씨가 지게로 물건을 운반했던 비선대와 비룡폭포, 울산바위. 흔들바위 등의 민간 휴게소와 상가는 공원정비 과정에서 이미 오래전 철거됐으며, 대청봉 중청대피소 역시 공단이 운영한 이후부터는 헬기로 물품을 수송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휴게소와 상가들이 철거된 이후 일거리가 없어 건물 철거 현장 막노동과 이삿짐 운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젊었을 때부터 설악산에서 지게꾼 생활을 한 임씨는 힘들게 번 돈으로 불우이웃과 어르신들을 돕는 활동을 해온 기부 천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45년간 지게꾼으로 일하면서 지금까지 임씨가 주변을 돕는데 사용한 돈은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돕고, 효도 관광을 보내주는 등의 공을 인정받아 2012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산 위로 짐을 배달하는 지게꾼이 착취에 가까운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난 9일 임씨가 출연한 모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토대로 "임씨가 수십 년 동안 몇십 kg에 달하는 짐을 운반하면서 2시간 거리 흔들바위를 다녀오면 2만원, 30분거리 비선대는 8천원, 1시간 30분거리 비룡폭포는 6천원 등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상식 이하의 품삯을 받는 등 노동착취를 당하니 이제라도 정당한 대우를 받기를 바란다"고 청원했다.

이 청원에는 현재 2만1천9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