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 명 선(9만443명)에 다가선 어제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께 여러 가지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고개를 숙인 것까진 좋았는데, “위중증 환자 수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의료 대응에도 별문제가 없다”고 한 발언이 빈축을 샀다. ‘셀프 치료’가 지난 10일 시작된 이후 혼란스러운 국민 앞에서 방역당국 입장만 옹호한 탓이다.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에 맞서 의료대응 체계를 유지하려는 정부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오진 확률이 높은 자가진단키트를 찾아 헤매고, 이상 시 체온·산소포화도 측정이나 의료진 상담을 오로지 각자의 부담과 판단에 의존하는 처지다. ‘재택방치’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가족 중 하나가 확진됐을 때 나머지 가족의 의무격리 여부 및 일수, 출근 가능성 등 온통 헷갈리는 것투성이다. 오미크론이 완전 우세종이 되면 거리두기가 효과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란 점에서 “영업제한은 왜 완화 않느냐”는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김 총리는 내일(18일) 최종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백신패스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설명도 명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미크론을 계절독감에 비유하며 방역을 완화할 것처럼 조급해했던 것도 오락가락 행정으로 비판받고 있다.

총리가 진정 국민에게 죄송해야 할 것은 9만 명의 확진자 수보다 이런 총체적 부실 대응이다. 오미크론 유행에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한 달 넘게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코로나 사태 2년간 수차례 지적된 기본 대응능력 부족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겨울 3차 대유행 때 중환자 병상을 조속히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을 흘려듣다가 앰뷸런스 안에서 사망한 환자까지 나왔다. 작년 11월 위드 코로나 시행도 이런 준비가 미흡한 채 밀어붙이기만 했다. 정부가 자랑했던 방역행정은 ‘뒷북·허술·자만·안일’이란 단어에 거의 매몰될 지경이다.

확진자 급증과 함께 치명률도 높아져 사망자 수가 하루 200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한다. 최소 2주 뒤 정점 예상에도 거리두기 완화를 서두르는 듯한 모습의 정부 대응은 의아하다. “용기 있는 결정을 하겠다” “연대와 협력의 큰 뜻이 깨져선 안 된다”며 말잔치를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의료 등 필수인력에 모자람이 없는지,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또 게을리하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