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계올림픽 당시 독립 외치는 대규모 유혈시위
이후 중국 '당근과 채찍' 제시…인터넷 검열로 저항 동력 상실
[올림픽] 시위도 환호도 없다…14년전과 다른 티베트의 침묵
14년 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당시에는 격렬히 반발했던 티베트인들이 왜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엔 잠잠할까.

이는 당시 티베트의 저항에 곤란을 겪은 중국이 이후 의식 통제를 강화한 데다 티베트 내 세대 차이가 생기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A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둔 3월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라싸(拉薩)에서는 독립을 요구하고 종교 탄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유혈 사태로 격화했다.

올림픽 개최국에는 전 세계적 관심이 쏟아지는 만큼, 이런 시위는 티베트 독립 열망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대회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 당국은 현장 병력에 발포를 허용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티베트 독립단체들은 이로 인해 100명이 넘게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달 4일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 티베트인 500명이 올림픽 개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중국 당국과 정면으로 맞서며 유혈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통신은 해외·현지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십수명과 전문가를 인터뷰해 2008년 올림픽 직후 중국 당국이 티베트를 겨냥해 펼친 '당근과 채찍' 정책이 그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중국은 독립 세력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면서도, 대규모 자금을 들여 도로·공항·학교 등 티베트 내 시설을 정비하고 전력을 보급하는 수혜적 정책을 실시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티베트인은 이런 정책으로 중국은 일부 젊은 티베트인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신세대와 독립을 누리던 시절을 경험한 구세대 간 균열이 생기며 독립을 향한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아가 이전까지 시위를 꾸리는 수단이 됐던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중국의 검열이 강화돼 조직적 행동도 어려워졌다.

또 다른 티베트인은 "우리는 불행하지만, 감히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면서 "모두가 두려움에 빠져 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티베트 전문가 로버트 바넷은 "항상 이런 당근과 채찍 방식의 접근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이 부각되면서, 티베트 독립 시위는 좀처럼 동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1950년 티베트를 침공, 1951년 시짱 평화해방 방법에 관한 협의 조약을 맺고 티베트를 병합했다.

1959년 독립을 요구하는 봉기를 진압하고 1965년 이 지역을 시짱 자치구로 편입했다.
[올림픽] 시위도 환호도 없다…14년전과 다른 티베트의 침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