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사퇴는 57년만에 처음…취임 2년8개월만에 불명예 퇴진
'친일청산 발언'으로 임기내내 논란…의혹 부인에도 사퇴 압박에 벼랑끝
'정치편향' 논란 아랑곳 않던 김원웅, 횡령 의혹에 백기
취임 직후부터 '정치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김원웅 광복회장이 단체 수익금 횡령 의혹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김 회장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TV조선이 전직 간부를 인용해 김 회장의 횡령 의혹을 제기한 지 22일 만이자, 취임 2년 8개월 만이다.

광복회장의 자진사퇴는 1965년 단체 설립 57년 만에 처음이다.

부부 의열단원인 독립유공자 김근수·전월선 선생의 후손인 김 회장은 진영을 넘나든 드문 정치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기본조약 체결에 반대하다 투옥되는 등 학생운동을 했으나 졸업 후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며 영구집권에 나선 1972년 공화당 사무처 공채에 합격해 당료의 길을 걸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의 민주정의당에서 조직국 부국장, 청년국장을 지냈다.

1992년 진보진영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을 오가며 14,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계은퇴 후 재야인사로 머물던 그는 2019년 제21대 광복회장 선거에서 이종찬 전 국정원장을 꺾고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취임 초부터 '친일청산' 기치를 굳게 내걸고 관련 활동과 발언을 이어갔다.

'소신 발언'이라곤 하지만,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20년과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 등 계기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친일 정권'으로 규정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편향된 역사관'에 대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광복회 내홍도 끊이지 않았다.

김 회장 취임 후 새로 만든 상 수상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거나 한때 당적을 보유했던 사람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더니, 작년 초에는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이름을 딴 '최재형 상'을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게 수여한 것을 계기로 내부에서도 갈등이 격화됐다.

급기야 작년 4월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련의 논란 속에도 김 회장은 '친일 청산 원칙'을 계속 유지하겠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전직 간부에 의한 횡령 의혹이 폭로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지난달 25일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광복회의 국회 카페 운영 수익금을 유용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후 보훈처가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일었다.

특히 수익금을 횡령해 조성한 비자금으로 무허가 마사지 업소에서 6차례 사용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정치권에서도 사퇴 압박이 거셌다.

김 회장은 보훈처 감사 결과 발표 직후만 하더라도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사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초유의 '회장 탄핵'을 위한 임시총회까지 잡히면서 결국 이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광복회는 김 회장 사퇴에 따라 17일 이사회를 열어 회장 직무대행을 지명하는 한편, 오는 5월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정기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보훈처는 "광복회 지도·감독 기관으로서 유감을 표명하며, 광복회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