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인간 광고판' 인플루언서의 명암

신간 '인플루언서'

마케팅 서비스 제공업체 라쿠텐의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광고업체들은 최상위 인플루언서에게 포스팅 한 건당 약 5천162만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광고예산의 42％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투자할 생각이 있었다.

미국의 틱톡 인플루언서 찰리 디아멜리오는 지난해 약 209억원을 벌었다.

레거시 미디어의 몰락과 함께 인플루언서는 엄연한 경제권력이 됐다.

인플루언서는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유명 운동선수나 가수를 모두 인플루언서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마케팅 분야에서 이 용어는 '자신만의 콘셉트로 각종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SNS 스타'를 가리키는 말로 2007년께부터 쓰였다.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인플루언서'는 인플루언서 현상의 사회·경제·문화적 배경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인 영화평론가 볼프강 M. 슈미트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올레 니모엔이 바라보는 인플루언서 현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저자들은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그릇된 자의식을 조장하며, 팬들을 착취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운다"고 지적한다.

인플루언서들은 스스로를 롤모델로 내세우고 바람직한 삶은 무엇인지 충고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는 마무리 코멘트도 빠트리지 않는다.

그러나 팔로워에게 약속하는 선택의 자유는 "광고주의 이익에 맞게 재단된 자유, SNS 플랫폼이 설정해놓은 알고리즘 안에서의 자유일 뿐"이라고 저자들은 꼬집는다.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인플루언서는 착취의 객체이자 주체다.

인플루언서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벌지만, 판매 수익 대부분은 광고주에게 돌아간다.

반면 스타 인플루언서는 제 이름을 딴 쇼핑몰을 만들고 동영상 제작과 일정 관리 등을 할 직원을 고용하며 스스로 '자본가'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SNS 세계 안에서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기 위해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저자들은 성장을 멈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플루언서가 '아메리칸 드림'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한다.

언뜻 공정한 기회가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시장은 과점 상태다.

스타 인플루언서들은 자기들끼리 초대를 주고받으며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

미국에는 틱톡 톱스타들이 모여 살며 동영상을 제작하는 '틱톡 콜라보 하우스'도 생겼다.

이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등장으로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

300만 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는 2020년 한 해 동안 130억 원을 벌어들였다.

저자들은 "온라인 벼락부자가 될 희망도 그만큼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의창 제공. 강희진 옮김. 312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