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파장 차단 시도하며 탈이념·실용적 면모로 중도 확장도 모색
'신천지 압수수색·충청 사드' 등 거론하며 尹비판 고삐

그동안 여러 차례 성과를 인정해 온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힘 선대본부 홍준표 상임고문까지 거론하며 좋은 정책을 펼치기 위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부각했다.
여전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정국의 핵심 이슈 자리를 점한 가운데, 이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의 색채가 엷어지더라도 중도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부산 부전역 앞 유세를 시작으로 낮 12시 대구 동성로, 오후 3시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잇달아 연설에 나섰다.
그는 짙은 색 양복과 코트 차림으로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 등의 문구가 적힌 유세차에 올랐다.
파란색의 선거 운동용 점퍼 대신 양복을 입음으로써 민주당 정체성보다는 통합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연설에서 그는 "누군가를 혼내는 것, 과거를 뒤져 벌주는 것이 무의미한 일은 아니지만 진정 필요한 것은 한 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가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을 다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정치인에게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며 "연원을 따지지 않고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 정책이라도, 박정희 정책이라도 다 가져다 쓰겠다"고 했다.
또 "청년들이 남과 여로 갈려 싸우고, 수도권과 지방 청년들이 또 싸우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기성세대가 할 일은 한 쪽 편을 들어 이기게 할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합리적 경쟁이 가능하도록 기회의 문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연설에서도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이냐, 박정희 정책이냐를 가리지 않는다"며 "대구·경북이 낳은 첫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 나라를 위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 "거대 양당이 적대적으로 공생하며 제3의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는 엉터리 정당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을 찾아서는 "여기 계신 우리 젊은 청년 남성·여성이 어쩌다가 편을 갈라 서로 증오하고 싸우는 상황까지 왔다"며 "일자리 때문에 청년이 싸우지 않게 하고 기회 부족 때문에 절망해 출산을 포기하는 사회를 바꾸겠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으로 경제를 다시 살리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회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대남·이대녀' 등으로 국민을 편 가르지 않는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갈등의 해결책으로 '성장'을 제시함으로써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뒷받침했다.
이 후보는 전날 진보의 금기에 도전하겠다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연결을 거론한 데 이어 이날은 페이스북에서 광역시급에도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대위 차원에서도 이런 전략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개포동 구룡마을 공공 개발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송 대표는 "강남 개발한다고 배 아파하고 욕할 이유 없고 서로 윈윈 시스템이 되는 것"이라면서 "이 후보와 민주당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정책적 금기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가리켜 "위기 극복에 동의하고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고 하고 하면 충분히 (내각에) 임명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동시에 경쟁자인 윤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는 끌어올렸다.
부산 연설에서 "밤새 만든 유인물 50장을 뿌리고 1년 징역을 사는 시대가 도래하길 원하느냐"며 윤 후보의 '검찰주의자' 면모를 부각한 이 후보는 대구 연설에서는 코로나 사태 초기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가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어 대전 유세에서도 신천지 압수수색 문제를 거론했고, 윤 후보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론'을 겨냥해 "필요하지 않은 사드를 충청에 배치해 충청도민을 고통받게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유세 첫날 부산에 다녀온 소감 형식의 글을 올리며 "어떤 기억은 갈수록 생생해지고 또렷해진다.
억울하고 서러워서 가슴 때리며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억을 자극하며 윤 후보에 반대하는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저녁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첫날 마지막 집중유세를 한다.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일정에 대해 "물류의 대표적인 도시인 부산에서 서울로 온다는 경제도약의 의미가 있고, 약간은 불리한 지역에서 조금 더 세 몰이를 하겠다는 판단도 있다"며 "(선대위 인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모이는 국민 통합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둘째 날인 16일에는 서울에 머물며 오전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과 정책 협약을 맺은 뒤 오후에는 강남과 잠실새내역에서 유세에 나선다.
취약지인 강남 일대를 돌면서 이 지역을 주생활 무대로 하는 젊은 층과 직장인들을 만나 '세대 포용' 의지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