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실 고온 깻묵 자연발화로 공장 '활활'…실화죄 금고형

통풍·열배출 어려운 환경서 방치되다 발화해 100억원대 피해

자연발화 가능성이 있는 고온의 깻묵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공장에 불이 나게 한 직원과 공장 대표가 금고형을 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A(71)씨는 2018년 6월 14일 충남 보령의 한 김 생산공장에서 기름 제조에 쓰려고 갓 만든 깻묵 100여개를 제대로 식히지 않은 채 야외보관소로 옮기도록 했다.

3면이 플라스틱 소재이고 지붕은 비닐 천막이라 통풍이나 열 배출이 어려운 야외보관소에서 장시간 열을 축적한 깻묵에서는 이튿날 오전 1시 1분께 자연발화가 시작됐다.

당시 불은 소방당국이 대응 1단계(관할 소방서 인력과 장비 모두 동원)를 발령할 정도로 번져 주변 냉동 창고 등까지 모두 태웠다.

피해액은 100억원대에 이르렀다.

검찰은 직원 A씨와 공장 대표 B(54)씨를 업무상 실화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가 크지만,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보긴 어렵다"며 A씨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의 경우 깻묵 관리·감독 책임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과 A씨 항소로 사건을 살핀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남동희 부장판사)는 일단 A씨의 항소를 기각한 반면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B씨에게도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에게 자신의 사업장에서 이뤄진 가공 작업이나 그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