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인력 부족, 국민 부담으로"…경찰청, 현장 간담회 등 준비
수사권 조정 후 경찰 형사·수사 인력난…기피 악순환
"사건은 느는데 인원은 안 늘려주니 형사들이 다 지구대, 기동대로 도망가는 판이죠."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경정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국적으로 수사경찰의 인력에 대한 문제점이 심각하다"며 "수사 부서에 근무하기 위한 요건인 '수사경과'가 없는 시보 순경이나 초임자도 일단 (수사부서에) 온다고만 하면 감사한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수사 인력난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기점으로 수사 부서 업무량이 크게 증가한 데 반해 인력은 그만큼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일선의 어려움이 훨씬 가중됐다.

최근 서울 지역 한 경찰서의 서장은 내부 게시판에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부서에 남고, 수사부서에 근무하지 않는 인원은 수사부서에 지원해달라"고 호소하는 취지의 게시글을 남기기도 했을 정도다.

또 최근 경찰은 일선 부서 직원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는데, 서울 지역 일선 경찰서 중 상당수가 필요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인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정은 "모 경찰서 수사과는 부서 인원의 절반 수준만의 인력을 확보한 채 인사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경찰들이 모이는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수사경과가 해제됐는데도 지원자가 없으니 잔류하라고 한다', '수사경과 없는 시보 순경한테도 수사과에 올 생각이 있냐고 전화한다'는 등 수사 부서 인력난을 짐작할 수 있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수사권 조정 후 경찰 형사·수사 인력난…기피 악순환
경찰청은 이러한 일선의 지적에 대해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수사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6일 열린 국가수사본부 1주년 행사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실무수사관 증원을 최우선으로 수사심사관이나 과학수사·디지털 포렌식 분석요원 등 필수 지원인력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전체 인력 증원 중 수사경찰 인력 증원이 42.9%"라며 "2022년도 수사경찰 인력 증원의 경우 정원 430명이 확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다음 주 국가수사본부장 주재로 관련 화상회의를 열고, 일선 현장별로 간담회도 열어 인력 확보 상황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지난달 경찰청은 수사인력 증원 노력의 일환으로 '수사경과'를 갖고도 장기간 수사 부서를 기피해온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수사경과를 해제해 수사인력 정원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인력이 모자라면 피해를 보는 건 범죄 사건의 수사가 늦어져 시간적·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는 국민들"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은 수사의 효율화라는 취지를 갖고 이뤄진 것"이라며 "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수사가 신속히, 꼼꼼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 치안 서비스에 대한 불만,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