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혼성 경기에서 우승한 미국의 닉 범가트너(41)는 경기 직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린지 재커벨리스(37)와 한조로 출전해 금메달을 합작했다. 둘이 합쳐 78세로, 팀 합산 나이가 20살 가까이 차이나는 이탈리아의 오마 비진틴(33)-미켈라 모이올리(27)조를 0.2초차로 제쳤다. 동메달을 따낸 캐나다 엘리엇 그론딘(21)-메르에타 오딘(25) 조는 32살 차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베테랑의 활약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근력과 순발력, 지구력이 필요한 동계 스포츠에서 20~30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범가트너는 다섯번째 도전만에 생애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비시즌에는 건설 관련 일과 자동차 경주를 병행한다.
재커벨리스는 이번 우승으로 2006년 토리노 대회의 아쉬움을 설욕했다. 당시 여자부 결승에서 결승선을 40m 남겨두고 여유있게 1위를 달리던 그는 괜한 묘기를 부리다가 넘어졌고 결국 2위로 그쳤다. 이후 2010 밴쿠버 대회, 2014 소치 대회, 2018 평창 대회에 모두 도전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이번에 금메달로 한을 풀었다.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의 전설 이레인 뷔스트(36)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번 대회에서 '5개 올림픽 연속 금메달'이라는 기록과 함께 스피드 스케이팅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기록도 갱신했다. 1986년생인 그는 만 35세 312일의 나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종전 스피드스케이팅 최고령 금메달 기록인 2010년 밴쿠버 대회 다니엘라 톰스(독일)의 만 35세 99일 기록을 넘었다.
알파인 스키에서는 프랑스의 요안 클라레(41)가 남자 활강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알파인 스키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됐다. 2014년 소치 대회 슈퍼대회전 동메달리스트 보드 밀러(미국)가 세운 36세에서 5년을 더 늦췄다.
출전 자체로 감동을 준 베테랑도 있다. 오는 22일 만 50세가 되는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은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에 출전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까지 연달아 여자 5000m 금메달을 따낸 살아있는 역사다. 8번째 올림픽 도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는 비록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그는 "마치 승리한 것 같은 기분이다. 기록은 좋지 않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