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 기망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물…죄질 불량"
가상의 '항공사 임원' 만들어 50억 가로채…징역 6년
항공사에 재직하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내세워 50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4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44)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항공권 판매대행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항공사와 업무제휴 계약을 맺고 기업과 공공기관에 항공권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2016년부터 3년여간 약 51억원을 입금받은 뒤 종전 채무 변제에 사용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아는 대형 항공사 임원 B씨가 있다면서 '일적으로 많이 도와준다', 'B씨를 통해 일반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승급해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B씨를 통해 항공사와 제휴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진행했고, 만약 위 계약이 허위라면 B씨에게 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과연 실재하는 인물인지 여부조차 불분명하고 피고인에 의해 창조된 인물로서 필요한 때마다 대역이 사용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사관리시스템에 B씨를 검색한 결과 그런 이름의 직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B씨 명함은 해당 항공사가 발행하고 있거나 발행했던 명함과 형식이 달랐다.

B씨 명함에 기재된 '제2부서장'이라는 직책과 유사한 명칭도 2005년부터 이 항공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B씨 명함에 적혀있는 휴대전화 번호는 A씨 회사 명의로 돼 있었으며 통화내역상 발신·역발신 기지국은 항공사와 관련을 찾기 힘든 지역으로 나타났다.

A씨가 한 피해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보여준 계약서도 위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서에는 'ㅇㅇ항공 여객사업부 이모 본부장'이 계약 당사자로 기재돼 있었으나 이씨는 수사기관에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동의한 사실이 없고 그 자체를 모르며 피고인도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이 계약서에 날인된 인장은 해당 항공사 여객사업본부 인장과도 상이했으며 계약서 마지막 부분에 날인된 '김모 법률차장'이라는 사람은 재직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가상의 인물들과 허위의 계약서를 내세워 피해자들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수단을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