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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재해 예방 의무가 있는 대기업이 법 시행에 따른 부담을 하청업자에게 전가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A씨는 통신3사의 협력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아 광케이블 접속 공사를 하는 자영업자다.
그는 고소작업차를 이용해 전봇대에 올라가거나 맨홀 뚜껑을 열고 들어가 광케이블을 붙이는 작업을 한다.
그동안 '1인 1조'로 일해왔던 A씨는 최근 작업팀에 신호수 1명을 반드시 배치해 '2인 1조'로 일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이는 중대 재해 발생 시 안전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통신사들이 내린 조치다.
각종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 일해왔던 그는 이 같은 방침에 처음에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신호수 1명을 더 고용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하청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A씨는 "통신사는 신호수를 한 명 더 붙이라고 해 놓고 1개소당 공사 단가를 8천800원 올리는 데 그쳤다"면서 이 정도 금액 인상으로는 신호수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신호수를 추가로 붙이려면 최저임금을 준다 치더라도 급여, 식대, 4대 보험 등을 포함해 월 250만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단가 인상분으로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월 100만원도 채 안 된다"면서 "결국 나머지 금액은 내 수입에서 다 떼줘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통신사 측의 방침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생각한 A씨는 현재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그는 "택배 기사처럼 대부분 개인사업자인 광케이블 접속 기사들은 야간 수당이나 특근 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한다"면서 "차량과 장비 구입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는데 월 250만 남짓 벌자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광케이블 접속 기사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씨처럼 통신사 측의 방침에 불만을 쏟아내며 작업을 중단했다는 기사들이 상당수 된다.
한 기사는 "공사 단가 인상분으로는 신호수 인건비의 반도 안 나온다"며 "차라리 이 일을 그만두고 신호수 알바(아르바이트)를 뛰는 게 낫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 측은 "2인 1조 작업 지침을 내리면서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인건비 항목을 어느 정도 인상했지만, 초반부터 급격하게 올리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협력업체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공사 단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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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