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 찍기 구경하며…"
가요 '제주도의 푸른 밤' 첫 소절이다.

그룹 들국화의 보컬 최성원이 1988년 8월에 솔로로 나서면서 발표한 노래다.

지난 34년 동안 이 노래를 듣고 '제주행'을 실천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다.

'응팔'(응답하라 1988) 시대인 1980년대 제주도는 신혼여행지로 가장 주목받던 곳이었다.

저가 항공도 없었던 시절이라 제주 드나들기가 꽤 힘든 시절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양복 차림의 신랑과 원피스 차림의 신혼부부는 택시를 빌려 보통 2박 3일 동안 제주의 명소들을 이곳저곳 다녔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도 많지 않아 택시 기사들이 똑같은 배경에 똑같은 사진을 찍어주곤 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최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무리 문물이 발달해도 사람들의 행동이 그저 똑같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새삼 놀랐다.

80년대의 그 '똑같은 사진찍기'가 되풀이되고 있었던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훑어보고 있노라면, 다들 가는 동백을 테마로 한 수목원에서 비슷한 포즈로 찍은 사진 일색이다.

동백꽃이 아니면 이제 갓 피어나는 유채밭이 그 배경이다.

[길따라 멋따라] '제주도 푸른밤'과 똑같은 사진찍기
이면을 들여다보면, 도구만 달라졌을 뿐, 실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현대인들이 착각하기 쉬운 사실 하나는 이런 것들이다.

최첨단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폰으로 무장하고, 멋진 배경을 지닌 여행지를 찾아 남들과 뭔가 다른 앵글로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 왠지 모를 우월함이 든다.

그러나 알고 보면 도토리 키재기다.

휴대전화의 등장이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전자책의 등장으로 휴대전화나 패드로 책을 읽는다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자책이라도 많이 팔렸다면, 왜 수많은 출판사가 문을 닫았겠는가?
결국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책은 오히려 또 다른 '똑같은 사진찍기'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책이 있는 '책방으로의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이 수없이 많은 책이 꽂혀 있는 서점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지만, 정작 책을 사거나 읽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메타버스 여행이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극히 일부지만, 세계 각국 관광청 가운데서는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을 고려하고 있는 곳도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하는 세상이 사람이 실제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생함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호주 퀸즐랜드주관관청은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 군락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를 메타버스 플랫폼 '제패토'에서 구현 중이라고 밝혔다.

대보초'라 불리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수질이 맑고, 형형색색의 산호초가 아름다운 세계 자연 유산지로,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클링 애호가들의 꿈의 장소로 불리고 있다.

[길따라 멋따라] '제주도 푸른밤'과 똑같은 사진찍기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다르다.

지상과는 다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보는 것에 비해 사물이 약 1.2배 망원 효과로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장차 기술의 발전으로 고글을 쓰고 이런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면, 수중 환경 등 특정 분야에서는 실감 나는 효과를 거둘 가능성도 있다.

그때는 메타버스 안에서도 '셀카'가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결국 '똑같은 사진찍기'가 되겠지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