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망·4명 부상' 열교환기 시험가동 중 폭발 추정
피해 작업자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경찰·노동부 현장 조사
여천NCC 공장 폭발로 8명 사상…중대재해처벌법 수사(종합3보)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도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여천NCC 공장 폭발로 8명 사상…중대재해처벌법 수사(종합3보)
◇ 열교환기 청소 후 테스트 중 폭발 추정…4명 사망·4명 부상
11일 오전 9시 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여수공장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폭발 현장 인근에 있던 작업자 8명 중 4명이 사망하고 4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발 후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소방당국은 추가 인명 피해를 확인하고 안전 조치를 취했다.

이 사고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냉각시설인 열교환기 청소를 마친 뒤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가동을 하던 중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열 교환기는 진공 상태인 내부 배관에 에틸렌 등 화학 물질이 지나가면서 냉각이 되는 구조다.

지난 10일 1차 시험가동 후 이날 2차로 내부 압력을 높여 에어 누출 여부를 확인하던 중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

여천NCC 측은 열교환기의 평소 운전 압력은 대기압의 10배 수준이고 사고 당시 17배까지 높였다면서 이 정도는 시험가동 시 일반적인 압력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열교환 기밀시험(테스트)을 하며 내부에 압력을 높이던 중 폭발 충격으로 무게 1t, 길이 12m, 지름 2.5m인 열교환기 덮개가 작업자를 덮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천NCC 공장 폭발로 8명 사상…중대재해처벌법 수사(종합3보)
◇ 경찰·노동부, 업무상과실치사·중대재해처벌법 수사
전남경찰청은 최종상 수사부장(경무관)을 팀장으로 한 전담수사팀(61명)을 편성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노동부도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여천NCC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받는다.

5∼49인 사업장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한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규명했다.

이후 부검을 통해 사망자들의 사인을 확인하고 현장 안전관리자 배치 및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여천NCC 측은 열교환기 시험 가동 당시 작업자들이 일정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것이 지침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수사기관은 청소를 마친 열교환기의 덮개 체결을 제대로 확인하고 시험 가동을 했는지,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 여수산단 기업 중 첫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천NCC는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칼)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 화학 부문)이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절반씩 지분 투자해 설립한 석유화학기업이다.

연간 수백t의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하며 아시아 최대 에틸렌 생산 업체로 꼽힌다.

이날 사고가 난 공장에서는 2001년에도 가스관 보수 작업 도중 수소가스가 폭발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이 회사 외에도 매년 안전사고가 잇따라 '화약고' 오명을 쓴 여수산단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27일 사업장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를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보름 만에 전국에서는 총 3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첫 사례는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에 있는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매몰된 3명이 숨진 사고다.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판교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추락사한 사고도 2호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됐다.

여천NCC는 국내 500대 기업에 속하며 상시 근로자가 960여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이번 사고 사상자 8명 중 7명(사망 3·경상 4명)은 협력업체 소속이고 1명(사망)은 원청인 여천NCC 소속이다.

원청·협력업체 소속과 상관없이 현장에 근무하는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경찰과 노동부는 경영책임자가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보건 의무 사항을 준수했는지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