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 방탄소년단 슈가, 청하 , 배우 이종혁, 소녀시대 효연 /사진=SNS
(시계방향) 방탄소년단 슈가, 청하 , 배우 이종혁, 소녀시대 효연 /사진=SNS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이 등장하면서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에 재차 불이 붙었다.

지난 4일 열린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했다.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 문화와 복식을 소개한다는 명분이었다. 국내에서는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등 중국의 문화공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세계적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와 소녀시대 효연, 가수 청하, 배우 이종혁, 한상진 등이 한복을 착용한 사진을 게재하며 "한복은 한국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먼저 슈가는 28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솔로곡 '대취타'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착용했던 곤룡포를 입은 사진을 게재했다.

2020년 발매된 '대취타'는 한국 전통 군악인 대취타(大吹打)를 샘플링해 만든 곡으로, 판소리와 꽹과리 등 국악기에 강렬하고 묵직한 슈가의 랩이 더해져 감각적이면서도 신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뮤직비디오 역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살린 궁궐을 배경으로, 검은색 곤룡포를 입은 슈가가 한국의 미를 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녀시대 효연 또한 "우리나라 한복 아름답네"라는 글과 함께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검은색 치마, 저고리를 입고 무채를 든 아름다운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오아이 출신 가수 청하도 라이브 방송에서 "한복은 우리나라 전통 의상"이라며 "이번 시즌 그리팅 화보 촬영을 모두 한복을 입고 진행했다"고 밝혔다.

청하는 한복을 콘셉트로 한 무대를 준비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를 공유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운 좋으면 다음 앨범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복은 '한복'이다. 우리나라 전통 의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종혁은 드라마 촬영 중 곤룡포를 입은 모습을 공개하며 "한복 잘 어울립니까? 올림픽보다가…우리 것은 그냥 원래 우리 거여. 그 입 다물라"라는 글을 게재했다.

한상진 또한 곤룡포 사진을 게재하며 "우리 것입니다. 아니라 하는 자들 모두 들라 하라"라며 'Korea traditional clothes'라고 표기해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상임을 알렸다.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크리스 델 코르소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SNS에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냐. 김치, K팝, K드라마. 한복은 말할 것도 없다"라는 글과 함께 상투를 틀고 갓과 두루마기를 갖춰 입은 사진을 올렸다. 또 한국이 한복의 원조라는 뜻의 영문' Original Hanbok From Korea'라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주중대사관 "한복, 조선족 의상이기도"…서경덕 "큰 착각"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한복 논란'과 더불어 쇼트트랙 판정 논란이 더해져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폭발하자 주한중국대사관이 입장 표명에 나섰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한복과 같은) 이러한 전통 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조선족의 것"이라며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복이 한국의 전유물이 아닌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전통의상이란 것을 인정하라는 의미다.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 중국이 '문화공정'과 '문화약탈'을 하고 있다며 억측과 비난을 내놓고 있는데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중국 네티즌들 특히 조선족들은 이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 조선족과 한반도 남북 양측은 같은 혈통을 가졌으며 복식을 포함한 공통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전통 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어 "중국 측은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을 존중하며,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대사관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 교수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만을 가지고 한국인들이 크게 분노한 것이 아니다"며 "이미 중국에서 지금까지 너무 많은 '한복공정'을 펼쳐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는 왜곡을 하고 있고,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제품 기업인 샤오미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서는 한복을 '중국 문화(China Culture)'로 소개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샤이닝니키 등 중국 게임에서도 한복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한 바 있다.

서 교수는 "중국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한복공정'은 꾸준히 진행되어 온 점을 중국대사관 측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번 입장문이 한국 내 들끓고 있는 반중 정서를 잠재우기 위해, 또한 외신에도 많이 소개된 상황이라 '문화 약탈국'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두려워 낸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최근 미국 유명 패션 매거진 보그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한복을 입은 중국인 모델 사진을 게재한 뒤 '한푸'로 소개한 것에 대해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