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상으로는 볼트 대항마였지만, 도핑 이력으로 야유받아
'영욕의 스프린터' 개틀린 은퇴…"상처받을 때도 트랙을 사랑"
'영욕(榮辱)의 스프린터' 저스틴 개틀린(40·미국)이 27년 동안 달린 트랙을 떠난다.

개틀린은 11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트랙을 향한 작별 인사'를 했다.

은퇴 선언이었다.

개틀린은 SNS에 "나는 달리기, 트랙을 사랑했다.

달리기와 인연을 맺은 순간, 내 인생은 바뀌었다"며 "때론 트랙 위에서 상처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승리하고 패배하는 동안 늘 트랙을 사랑했다.

육상 선수로 뛴 27년 동안 트랙에서 나는 용기와 지혜, 평화를 얻었다"고 썼다.

이어 "내 불꽃은 꺼졌지만, 트랙을 향한 내 사랑은 시들지 않을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덧붙였다.

'영욕의 스프린터' 개틀린 은퇴…"상처받을 때도 트랙을 사랑"
개틀린은 화려한 성과를 올린 세계적인 스프린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85로 우승했고, 미국 대표팀 400m 계주 멤버로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100m에서는 동메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 4개(2005년 헬싱키·2012년 런던 100m, 2005년 헬싱키 200m, 2019년 도하 400m 계주)를 목에 걸었다.

개틀린의 100m 개인 최고 기록은 9초74로, '선수 기준' 역대 세계 5위다.

하지만, 개틀린은 '야유받는 선수'이기도 했다.

약물 복용 이력이 선수 생활 내내 개틀린을 짓눌렀다.

개틀린은 2001년 금지약물인 암페타민 양성 반응을 보였다가 '9세 때부터 앓은 주의력 결핍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았을 뿐'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계를 면했다.

그러나 2006년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을 보여 8년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미국반도핑기구와 세계육상연맹은 "개틀린이 금지약물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징계 기간을 4년으로 줄였다.

2010년 트랙으로 복귀한 개틀린은 다시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육상 팬들은 개틀린이 아닌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36·자메이카)를 응원했다.

개틀린이 출발선에 서면 야유가 쏟아졌고, 볼트가 등장하면 환호성이 터졌다.

개틀린은 "볼트의 대항마로 사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영욕의 스프린터' 개틀린 은퇴…"상처받을 때도 트랙을 사랑"
볼트가 등장하기 전, 남자 최고 스프린터는 개틀린이었다.

하지만 개틀린이 징계를 받는 동안 '역대 최고의 스프린터' 볼트가 등장했다.

개틀린은 2010년 트랙에 복귀한 뒤 볼트의 들러리 노릇만 했다.

개틀린은 2013년 모스크바·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과 2016년 리우올림픽 100m에서 2위를 했다.

3개 대회 금메달리스트는 볼트였다.

많은 언론은 볼트와 개틀린의 경쟁을 '선악 구도'로 풀기도 했다.

늘 볼트의 등을 보며 뛰던 개틀린은 볼트의 은퇴 무대였던 2017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00m 우승을 차지하며 한을 풀었다.

우승을 확정한 순간, 개틀린은 당시 3위를 한 볼트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제' 볼트를 향한 예우였다.

개틀린은 '볼트'를 황제로 인정했지만, 개틀린을 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미국 관중들마저 개틀린을 비난했다.

야유에도 2021년까지 세계 정상급 스프린터로 뛴 개틀린은 2021년 도쿄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은퇴를 결심했다.

개틀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 내 잘못을 바로잡고자 나 자신을 더 냉정하게 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틀린은 대중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채, 트랙을 떠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