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성토하며 盧서거 언급…'지못미' 정서 소환해 부동층 견인 모색
'尹 직격' 文 전면 등판에…친문·非이재명 대결집 노리는 민주(종합)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 발언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의 전면 등판을 신호탄으로 여권 대결집에 나섰다.

윤 후보의 발언 자체도 큰 문제지만, 그간 침묵을 지키던 문 대통령이 윤 후보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까지 언급하는 등 정치 현안에 대해 이례적인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결집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 회의에서 윤 후보를 향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 및 서거를 언급하는 등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해찬 전 대표 등이 전날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모해·탄압'을 거론하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의 이른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서를 소환한 데 이어 문 대통령까지 나서자 당 분위기는 그야말로 기름에 불을 댕긴 격이 됐다.

'尹 직격' 文 전면 등판에…친문·非이재명 대결집 노리는 민주(종합)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윤 후보에 대한 성토가 온종일 이어진 가운데 친문 의원들까지 집단으로 움직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20명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치사에 처음 있는 망동"이라며 "일종의 '검찰 쿠데타'를 선동하는 것이다.

함께 정치적 경쟁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 비참하고 민주주의 역사 앞에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2009년 5월 그날의 아픔은 많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라면서 "불과 며칠 전 제주에서 '노무현 정신'을 말하던 그 입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을 공언했다"며 사죄를 촉구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측근 비리, 가족 비리가 한 건이라도 있었나"라며 "스스로에 대해 정말 냉정하게 일했고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정부인데 이런 정부를 상대로 적폐 운운하는 것은 치가 떨리고 용납할 수 없는 모욕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민정 비서관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윤 후보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고 참담함에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자녀를 수사한 것이 윤석열 본인"이라고 말했다.

'尹 직격' 文 전면 등판에…친문·非이재명 대결집 노리는 민주(종합)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윤 후보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 국민들의 정말 아픈 상처 중에 하나, 노무현 대통령님을 안타깝게 보내드린 그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는데 여기다 소금을 뿌리고 헤집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김의겸 의원은 "이명박이 우병우를 내세워서 노무현 대통령을 쳤듯 윤석열은 한동훈을 내세워서 문 대통령을 치겠다는 노골적 선전포고"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보고 우리가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나.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는 기자회견에서 "정권을 잡으면 독립운동가라 참칭한 측근을 중용해 검찰을 장악하고 보복 수사하겠다는 노골적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사죄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전직 장·차관 43명은 성명에서 "구시대의 유물인 정치보복을 공언하는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사죄하지 않을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처럼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은 윤 후보의 발언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본인이 집권하게 되면 현 여권 세력에 대한 정치적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아니냐는 게 민주당의 인식이다.

나아가 여기에는 윤 후보의 발언을 '검찰발(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여권 지지층의 기저에 깔린 '노무현 트라우마'를 자극, 친노·친문 성향이지만 이 후보 지지를 주저하는 부동층의 표심을 결집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논란으로 판세가 '경합 열세'로 분석되는 가운데 그동안 문 대통령 지지자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부동층이 이번 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민주당 분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 부동층 가운데 이른바 '친문·비이재명' 성향이 4~5%는 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 그룹이 움직일 경우 판세 자체가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