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혼선 초래 죄송" 사과…'각자도생' 지적엔 "관리체계 있다" 부인
전문가 "이번주 정책변화, 전문가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
"당장 유행 차단하는 정책으로 엇박자…국민 신뢰 잃어" 비판
재택치료 전환 당일까지 지침 혼선…"정부가 혼란·불안 키워"
정부가 10일부터 17만여 재택치료자에 대한 관리 체계를 바꾸면서 지침을 여러 차례 번복하거나 뒤늦게 안내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국자조차 지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공식 답변으로 잘못된 사실을 안내하는 일도 벌어졌다.

ADVERTISEMENT

국내 코로나19 발생 2년여 만에, 그것도 오미크론 대확산으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규모 유행이 예고된 중대한 시점에 사실상의 '셀프방역'으로 방역정책을 급격하게 전환하면서도 정부가 이에 걸맞은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부터 재택치료 환자를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집중관리군'과 경증·무증상이 대부분인 '일반관리군'으로 이원화해 관리하는 새로운 체계를 시행했다.

집중관리군에 대해서는 관리의료기관이 하루 2번 건강 모니터링을 하고,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다가 필요성을 느끼면 의료기관에 전화해 상담·처방을 받을 수 있다.

ADVERTISEMENT

정부는 이날 오전 백브리핑에서 전화 상담·처방은 하루 1번(11세 이하는 2번)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진료비는 무료지만, 같은 날 2번 이상 진료받을 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 부담액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오후 들어 기자단에 문자로 "진찰료 일반원칙에 따라, 동일 의료기관에 동일 질환으로 1일 1회 청구만 가능하다"며 "1일 2회 이상 진찰하더라도 진찰료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며, 환자에게 진찰료를 부담시킬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가 재택치료 전환과 관련해 이런 혼선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ADVERTISEMENT

정부는 이번 체계 전환의 핵심인 집중관리군의 범위를 시행 전날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확정했다.

확정된 집중관리군의 범위는 '60세 이상과 먹는치료제 투약 대상자인 50대 이상 고위험·기저질환자와 면역저하자로서 지자체가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환자'다.

정부는 애초 지난 7일 집중관리군을 '60세 이상과 50대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로 발표했다가 전날 '60세 이상과 먹는치료제를 처방받은 적이 있는 사람'으로 바꿨다.

ADVERTISEMENT

이어 시행 1시간이 채 남지 않은 시각에 '60세 이상과 먹는치료제 투약 대상자'로 재차 번복했다.

국내 재택치료 환자는 이날 0시 기준으로 17만4천177명이다.

재택치료자와 격리해야 하는 동거 가족, 이들을 관리하는 약 2천500개 의료기관 종사자, 지자체 관리 인력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지침에 수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다.

지자체 등 일선에서는 이미 '먹는치료제 기처방자' 등 중간에 바뀐 기준을 토대로 재택치료 전환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정부는 확진자와 동거인에 대한 안내문도 바뀐 재택치료 체계가 시행된 이날 오후에야 확정해 발표했으며, 지자체 등 재택치료 관련 업무 수행자들을 위한 재택치료 안내서는 다음 주 초에야 배포할 예정이다.

재택치료 환자들에게 전화로 상담·처방을 해주는 의료기관과 치료제 등을 조제하는 약국의 명단도 이날 오전에야 국민건강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전반적으로 재택치료 체계 전환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앞서 지난 3일부터 코로나19 검사·진료에 동네 병·의원이 참여하는 시스템이 시작됐을 당시에도 정부는 참여 가능 병·의원 명단을 당일 정오가 다 돼서야 배포하고, 그나마도 참여 병·의원이 적어 현장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택치료 전환 당일까지 지침 혼선…"정부가 혼란·불안 키워"
최종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어제 늦은 시간에 (집중관리군) 분류 기준 변경을 말씀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이어 "기준 자체가 두 번이나 변경돼 혼선을 초래했다.

환자에 대한 폭넓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등의 지적을 받고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정부는 재택치료자의 85%를 차지하는 일반관리군 환자에게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도록 하는 새로운 체계를 두고 '재택방치', '각자도생' 등 비판적인 표현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 반장은 "2천500개 정도의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가운데 전화로 상담·처방이 가능한 관리 체계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전례없이 폭증하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오히려 방역정책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큰 틀의 변화를 추진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지 못하고 준비와 소통 부족으로 오히려 혼란을 키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나라 방역 정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단기적인 요소에 정책적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이 집중된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장의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정책 사이에 엇박자도 생기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왔다"며 "이번 주의 여러 정책 변화는 국민들의 일상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지만 이 정책의 변화는 저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미래를 보여주는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방역패스 등 정책에 대해서는 "2년 동안 코로나19를 다룬 전문가로서도 의문이 생기는데 국민들은 오죽하실는지"라며 정부가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