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이어 김혜경도 직접 사과…등판일정은 계속 미뤄져
선거운동 실종·대국민사과…리스크된 배우자들 '유례없는 대선'
3·9 대선 레이스에서 '양강' 후보 배우자들이 선거운동 현장을 누비는 것이 아닌 대국민사과에 나서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가 아닌 배우자가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고개를 숙이는 유례없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전직 경기도 비서 A씨의 제보로 촉발된 '과잉 의전' 논란 등을 약 7분에 걸쳐 해명하고 사과했다.

앞서 김씨는 해당 의혹을 다룬 보도가 처음 나온 지 닷새만인 지난 2일 본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도 다음 날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관련 의혹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이 후보의 지지율에도 악재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씨 본인이 결국 직접 연단에 선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도 작년 말 사과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작년 12월 26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허위이력 의혹 등을 해명하며 "남편 앞에 저의 허물이 너무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7분간 진행된 김씨 기자회견 또한 당시 윤 후보의 여론조사상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단행됐다.

해당 회견 이후에도 '7시간 통화' 녹취록 등 김씨를 둘러싼 논란이 새롭게 불거질 때마다 윤 후보가 추가적인 사과나 해명에 나서고 있다.

배우자들이 선거운동 현장이 아닌 대국민 사과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평가받는 이번 선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넥스트리서치가 이날 매일경제·MB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각각 '김혜경 씨와 김건희 씨 의혹이 대선후보 선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설문에 64.6%, 67.9%의 응답자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선거운동에서 '부재 중'인 두 사람이 언제 등장할지는 미정이다.

가까운 시점으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5일이 꼽힌다.

지난 1일 이후 선거운동을 중단한 상태인 김혜경 씨는 이날 회견장에서 '내일부터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번 회견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김씨의 활동 재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김 씨의 공개 활동 여부나 시점은 미정"이라면서 "공식 선거운동 이후 등판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내부에서 논의되거나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천1명을 설문한 결과다.

전화면접조사(유선 14%·무선 86%)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8.9%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