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대체재로 각광받던 마이크로니들이 진화하고 있다. 피부에 부착해야 했던 기존 패치 형태에서 벗어나 피부에 바를 수 있는 제형이 등장했다. 특정 부위에만 사용할 수 있었던 제품 한계를 뛰어넘어 화장품, 의약품 등으로 마이크로니들 적용 영역이 더 넓어지게 됐다.

○“목, 턱에도 마이크로니들 사용 가능”

주사 대신 화장품처럼 바르면 끝…바이오업계 '미세바늘'에 꽂혔다
라파스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계열사인 아시아태평양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과 마이크로니들 기술 연구협약을 맺었다고 9일 발표했다. 존슨앤드존슨의 피부 관리 브랜드인 ‘닥터시라보’에 라파스의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는 게 이번 협약의 골자다. 마이크로니들은 약물 등의 유효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미세바늘이다. 이 미세바늘이 부착돼 있는 패치를 피부에 붙이는 방식으로 의약품이나 화장품에 쓰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라파스와 존슨앤드존슨이 패치 형태가 아니라 도포형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양사가 선보이려는 마이크로니들 화장품은 미세바늘 입자를 크림 제형 화장품에 혼합한 형태다. 이 화장품을 바른 뒤 가볍게 두드려주면 미세바늘이 녹으면서 피부 속으로 유효 성분이 들어간다. 기존 마이크로니들 화장품은 패치 형태로 만들다 보니 반창고처럼 국소 부위에만 사용이 가능했다. 마스크팩처럼 넓은 면적을 대상으로 개발하는 경우 피부 접착력이 떨어져 활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이 눈가·팔자주름을 개선하거나 여드름을 진정시키는 용도 위주로 쓰일 수밖에 없던 이유다.

라파스는 지난해 9월 입자 형태로 만든 마이크로니들 기술의 특허 등록을 마쳤다. 양쪽에서 마이크로니들 구조체를 잡아당겨 가운데를 가늘게 만든 뒤 이 부분을 바늘 모양으로 다듬어 미세바늘 입자를 가공하는 기술이다. 라파스 관계자는 “그간 마이크로니들 적용이 어려웠던 목, 턱 등 넓은 부위를 대상으로 한 일반화장품을 개발하겠다”며 “레티놀, 비타민C 등의 화장품 성분과 피부 진정 성분을 함께 혼합할 수 있어 피부 자극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니들 백신 등 개발 잇따라

도포형 제품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마이크로니들의 주 연구 영역이던 의약품 분야에서도 새 전기가 마련됐다. 넓은 부위에 적용이 가능해진 만큼 아토피피부염 등 넓은 면적에서 나타나는 피부 질환에 마이크로니들 치료제를 개발·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그간 마이크로니들 기반 의약품은 소아를 대상으로 한 백신 위주로 개발돼 왔다. 주사 방식과 달리 통증이 없을 뿐 아니라 상온 보관이 가능해 쉽게 보급이 가능해서다. 패치형 화장품을 판매 중인 라파스도 마이크로니들 기반 천식·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미국 선진 의약품 품질 및 제조관리 기준(cGMP)에 맞는 의약품 제조공장을 연내 완공할 예정이다.

다른 기업들도 마이크로니들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쿼드메디슨은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B형 간염, B형 독감 등 5개 질환 백신을 하나로 합친 영유아 백신을 개발 중이다. LG화학이 개발한 백신 물질을 마이크로니들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달 초엔 한림제약에 골다공증 치료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에이디엠바이오사이언스는 유바이오로직스와 패치 형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이큐어는 치매 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을 신사업으로 낙점한 업체도 나오고 있다. 인체조직 재생 의료기기 기업인 시지바이오는 지난해 말 마이크로니들 전담팀을 꾸렸다. 올 상반기 화장품을 먼저 출시한 뒤 2025년 반려동물 의약품을 내놓는 게 목표다. 복강경 수술기구를 공급하는 세종메디칼도 마이크로니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니들

피부 각질을 뚫고 진피층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데 쓰이는 미세바늘. 약물이 담긴 미세바늘이 피부 속에서 녹으면서 효능을 낸다. 피부에 바르는 것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