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출마 후보자들 "철거 대신 주변 매입해 야구장 짓는 게 효율적"
대전시 측 "재검토 계획 없고 시간상 불가능"
야구장 지으려 철거하는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존치주장 잇따라
대전 신축 야구장 터를 마련하기 위한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대전시장 출마 후보자들이 잇따라 '철거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새 종합운동장 건립을 위한 대책 마련이 부실하고, 기존 운동장을 철거하는 것보다 주변 노후 주택 부지를 매입해 야구장을 짓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야구장 지으려 철거하는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존치주장 잇따라
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9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뚜렷한 대책 마련도 없이 60여년 전 시민의 성금을 모아 만든 한밭종합운동장을 무턱대고 철거하고 나서 그 자리에 야구장(베이스볼드림파크)을 건설하겠다는 건 행정 절차상 맞지 않는다"며 "철거 계획을 중단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기존 운동장을 철거한 후 서남부권에 다시 설립하겠다는 종합운동장 사업은 예산 확보, 행정절차 등을 거치면 최소 10년은 걸린다"며 "그 사이 10년 동안 대전은 종합운동장이 없는 도시가 된다는 말인데, 일의 순서가 너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야구장 지으려 철거하는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존치주장 잇따라
그러면서 "한밭종합운동장은 그대로 두고, 대신 운동장 서쪽 훈련장과 주택단지를 매입해 확보한 4만4천㎡ 공간에 야구장을 신축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그렇게 하면 운동장 철거에 따른 민원도 해결되고 낙후지역 정비, 편의시설 확충, 이전 비용 절감 등의 경제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역시 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장종태 전 서구청장도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움직임에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선수들의 훈련 공간과 시민·동호인을 위한 대체 체육시설을 마련하지 않은 채 철거가 추진되면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며 "대안 없는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는 대전의 체육 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장 전 청장은 "대안으로 제시된 서남부 종합 스포츠 타운 건립도 정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며 "자칫 잘못하다가 대전시민의 소중한 훈련·체육활동 공간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출마 후보군에 이름이 오른 박용갑 중구청장도 "중구는 야구장 신축 계획이 나온 2019년부터 한밭종합운동장을 남겨두고, 서편 노후 주택을 활용해 돔구장 건설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허태정 시장이 먼 미래를 보지 못하고 정말 잘못 판단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재검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르면 오는 25일 중투위 재심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야구장 건립 계획을 재검토할 계획도 없고 시간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엘리트 선수들 훈련 공간이 부족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전대와 충남대 등에 훈련 시설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현재 2025년 개장을 목표로 베이스볼드림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 부사동에 있는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하 1층·지상 4층, 관람석 2만2천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지을 계획이다.

예상 총사업비는 1천579억원이다.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는 3월 이후에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