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도관의 증언과 질문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교도소에 첫 출근을 한 날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젓가락으로 자해를 시도하는 수용자를 제압하기 위해 교도관들이 달려들었다.

숨이 가쁘고 근무화가 벗겨져 나뒹굴었다.

그가 5년 전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박박 닦았다.

그러나 그의 살이 손끝에 닿을 때 촉감은 지워지지 않았다.

현직 교도관 김도영 씨의 에세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는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죄와 벌의 문제를 묻고 용서와 교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책이다.

최근 몇 년 새 교도소 생활을 그린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나왔지만, 실제로 교도소 안에서 연쇄살인범이나 성폭행범을 마주할 때의 감정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포용과 관용은 실천 가능한가.

저자는 남의 인권을 침해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 "평생의 가치관이 뒤틀리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낀다"고 했다.

현직 교도관의 증언과 질문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수용자의 교화를 돕고 사회로 돌려보내는 일이 교도관의 임무다.

인간적 감정과 유대관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범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말처럼 쉽지 않다.

방에서 20대 조직폭력배에게 구타당했다며 찾아온 노인은 유치원생 대상 성범죄자였다.

뒤틀렸던 저자의 가치관을 다시 움직인 건 용서의 힘이었다.

바닥에 엎드려 엉엉 울던 수용자가 저자에게 자신이 받은 편지 한 통을 건넸다.

편지를 쓴 피해자는 용서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자신이 축복받은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매일 밤 흐느끼며 피해자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국가는 자력구제나 사적보복을 금지하고 형벌권을 독점한다.

검사가 죄를 묻고 판사가 벌한다.

피고인들은 재판부에 용서를 구하지만, 용서는 피해자에게 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해자의 교화는 재판장에서도, 교정 시설에서도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보조 수단일 뿐, 결국은 피해자의 자발적인 용서만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
봄름. 236쪽. 1만4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