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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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윤성빈(28)을 시작으로 썰매를 탄 태극 전사들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10일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봅슬레이 경기에서다. 이날 스켈레톤 남자 경기를 시작으로 여자 스켈레톤, 봅슬레이 순으로 도전이 이어진다.

평창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과 ‘기대주’ 정승기(23)는 지난 7일부터 공식 훈련 주행을 소화하며 트랙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윤성빈은 4년 전 평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스켈레톤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꾸준히 세계 정상급 실력을 유지했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부진의 늪에 빠졌다. 무릎부상을 겪은데다 코로나19로 훈련여건이 악화돼 경기감각이 떨어지는 악재를 만났다. 2021~22시즌 월드컵에선 마지막 8차 대회까지 한 번도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최고 성적은 1차와 7차 대회의 6위였다.

윤성빈 역시 자신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자신의 세번째 올림픽 도전인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 성적으로는 메달이 힘들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기량을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해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을 대비해 체중감량에 성공하면서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스타트도 좋아졌다. 조인호 봅슬레이 스켈레톤 총 감독은 "가장 최근 대회에서 최대 약점인 스타트가 좋아졌다. 체중 감량을 통해 순발력을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윤성빈의 컨디션은 70~80% 수준"이라며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지만, 기량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인 만큼 약점을 최대한 줄이는 게 이번 대회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썰매는 ‘홈 트랙’의 이점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이다. 경기가 열리는 트랙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스켈레톤 금메달 1개와 봅슬레이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아시아 썰매 종목의 역사를 새로 쓴 데에도 홈 트랙의 이점이 주효했다.

이번에는 오직 실력만으로 메달에 도전해야 한다. 경기가 펼쳐질 옌칭 트랙은 베이징 북서쪽 옌칭구의 해발 2241m 샤오하이퉈산 자락에 지어졌다. 흡사 똬리를 튼 용이 승천하기 시작하는 모습으로, 난도는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수 없이 완벽하게 주행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중국 선수들은 이 트랙을 1000회 이상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선수들은 지난해 테스트 이벤트를 포함해 50회 정도 주행한 것이 전부다.

가장 중요한 곳은 초반 1~3번 커브다. 난도가 낮은 코스여서 작은 실수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11번 커브인 360도 크라이슬(대회전) 구간, 결승선 직전에 있는 13번 커브도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통과해야 하기에 침착함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11일 스켈레톤 여자 경기에는 김은지(30)가 나선다. 오는 13일 여자 1인승 모노봅 경기로 시작되는 봅슬레이의 첫 주자는 김유란(30)이다. 이어 남자 2인승(14~15일), 여자 2인승(18~19일), 남자 4인승(19~20일) 경기가 차례로 진행된다.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원윤종(37)팀이 석영진(32)팀과 함께 남자 2인승, 4인승에 출전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