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집단감염 격리 때 지적장애인에 적절히 고지해야"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격리 조치할 때 지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격리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격리 관련 진정이 제기된 장애인 거주 시설에 감염병 집단감염으로 인한 격리 시 장소 및 기간, 이유 등을 지적장애인들에게 적절하게 고지하라고 권고했다.

장애여성공감 등 장애인 단체들은 2020년 12월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시설 측이 거주 장애인들을 다른 시설에 격리하면서 그 이유와 예상 기간 등을 당사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아 알 권리가 제한됐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이 시설에 거주했던 지적장애인 A씨는 ▲ 휴대전화 사용 제한·문자 내용 검열 및 삭제 ▲ 서신의 자유 침해 ▲ 퇴소 방해 ▲ 주일예배 강요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는 총 7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양성판정을 받은 거주인들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치료받은 뒤 다른 곳에 임시 격리된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두 차례 받고 복귀할 수 있었다.

음성판정자는 빌리지·펜션·호텔로 격리된 뒤 PCR 검사를 2회 받고 복귀했다.

시설 측은 "양성 판정을 받은 거주인들이 치료받은 뒤 기관에 바로 복귀하지 못하고 빌리지나 펜션에 임시격리 된 건 당시 장애인단체가 '거주인 탈시설화'를 주장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치료 후 복귀하는 거주인 및 종사자의 내부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각 생활관 종사자들에게 현 상황을 거주인에게 수시로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이송시설에 대한 안내가 이뤄져 당사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거주인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거나 문자내용 검열 및 삭제는 없었고, 주일예배 강요 등의 인권침해도 없었다며 진정 내용을 모두 반박했다.

인권위는 거주인들을 상대로 조사해 확보한 진술 내용을 토대로 시설 측의 격리 관련 정보제공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재난 상황에서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그에 따른 행동 요령에 대한 고지는 당사자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정보를 받는 사람이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당사자 특성에 맞춰 적절한 방식으로 안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이 격리 사유와 장소 등 필요한 정보를 전부 제공했다 하더라도 거주인들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공됐다면 실제 제공하지 않은 것과 같다"며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적절히 고지하지 않은 행위는 알 권리를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진정인이 제기한 나머지 인권침해 사항에 대해선 그 주장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