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감독 "좀비 통해 사람에 대한 희망 이야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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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감독 "사회도 다르지 않아…일어나면 안 됐을 모든 사건이 모티브"
9일 연속 글로벌 1위…"시즌2 나온다면 좀비 생존기 될 것" '오징어 게임'을 잇는 히트작으로 꼽히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 감독은 7일 화상 인터뷰에서 "저는 사람을 믿고 싶고, 희망을 찾으려는 쪽"이라며 "드라마에서 말하는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이야기는 결국 희망도 사람에게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감독은 아이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티려 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극적인 재미와 같은 큰 골자는 웹툰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사람을 물어뜯는 좀비들로 아수라장이 된 학교는 디스토피아로 그려졌다.
이 감독은 "비극을 통해 우리가 행하고 있는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시청자들이 바라보며 폭력의 비극을 느끼길 바랐다"며 "어른이 돼서 그 뜨거운 마음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학교 폭력이라는 이야기를 가져왔지만, 학교와 사회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어느 집단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보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교복 입은 학생들과 좀비들이 고립된 학교에서 방송실, 도서관, 과학실 등 곳곳을 옮겨 다니고, 복도를 내달리는 액션 장면들은 좀비 발생 상황을 시청자가 생생하게 목도하는 느낌을 받도록 연출했다고 했다.
감독 의도대로 이런 장면은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폭력 수위가 지나치다는 비판에는 "원작은 훨씬 강한 부분이 많았는데 영상화하면서 순화를 시켰고,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만들었다"며 "청소년 시청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데 있어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학교 폭력 피해 여학생이 성 착취 동영상에 찍힌 장면이나, 화장실에서 남몰래 출산한다는 설정 등이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두고는 "우리 사회에 많은 비극이 일어나는데 이를 단순하게 보여줘서 시청자를 자극하려고 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과하게 전달됐거나 불편한 분들이 있었다면 연출자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 착취 동영상에 찍힌) 은지는 자기 목숨보다도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에게 행해진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느꼈으면 했다"며 "(화장실 출산 설정 역시)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현실로, 순간 아이를 버렸지만,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극의 전체적인 주제와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구조 요청을 해도 오지 않는 어른들, 캠코더에 마지막이 될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는 학생들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 감독은 특정 사건만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그런 사건들이 녹아있다"며 "우리 사회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일어난 모든 사건이 모티브"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에는 딸 온조를 구하려는 아버지, 아들 청산이 걱정돼 무작정 학교로 뛰어가는 어머니가 보여주는 가족애와 온조와 청산의 러브라인 등 평범한 정서도 녹아있다.
이 감독은 "좀비 마니아만 보는 좀비물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좀비물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10대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랑, 우정 이런 테마를 빼놓기 쉽지 않았다"며 "살고 죽는 문제만 있으면 재미가 덜 할 것 같아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좋은 소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희망을 잃은 상태에 노출돼 있어 구해야 하는데 시스템은 그러지 못한다"며 "이들을 지키려는 사람은 아버지 같은 소시민으로,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일을 엄마, 아빠가 하려 한다는 것을 대비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드라마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각각 처한 상황을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친구를 죽음으로 모는 '빌런'(악당) 역의 나연은 사지에 몰려 "기댈 곳이 없다"고 읊조리고, 좀비에게 물린 뒤 인간의 모습을 유지한 채 절반만 좀비가 된 이른바 '절비'는 사람들 세계에 속하지 못한다.
이 감독은 "피해자, 가해자 이 두 가지로 딱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연의 대사를 보면 사회가 이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싶고, 극소수의 살아있는 좀비와 대다수의 인간 집단이 부딪치는 부분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드라마가 공개 직후 연일 넷플릭스 TV쇼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신기하고 얼떨떨하다.
예상은 못 했지만, 진심을 갖고 만들었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정서나 이야기들을 느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좀비물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장르인데, 기술 스태프들과 액션팀, 무술팀, 안무팀 등 제작진이 구현해낸 능력치들이 예상한 것보다 높았다"며 "보통 좀비물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반응이라 좀 더 새롭게 다가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절친이라고 밝히며 "'오징어 게임'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황 감독이) '내가 문을 살짝 열어 둔 건데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며 "'지금 우리 학교는'이 '오징어 게임' 뒤를 잇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 감독과 황 감독은 서울대 신문학과 동문이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순위 1위에 오른 뒤 9일째인 전날까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 감독은 시즌 2 제작 문제에 대해서는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시즌2를 연계해두고 설정해 둔 부분이 있어서 시즌 2가 나온다면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9일 연속 글로벌 1위…"시즌2 나온다면 좀비 생존기 될 것" '오징어 게임'을 잇는 히트작으로 꼽히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 감독은 7일 화상 인터뷰에서 "저는 사람을 믿고 싶고, 희망을 찾으려는 쪽"이라며 "드라마에서 말하는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이야기는 결국 희망도 사람에게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감독은 아이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티려 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극적인 재미와 같은 큰 골자는 웹툰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사람을 물어뜯는 좀비들로 아수라장이 된 학교는 디스토피아로 그려졌다.
이 감독은 "비극을 통해 우리가 행하고 있는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시청자들이 바라보며 폭력의 비극을 느끼길 바랐다"며 "어른이 돼서 그 뜨거운 마음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학교 폭력이라는 이야기를 가져왔지만, 학교와 사회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어느 집단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보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교복 입은 학생들과 좀비들이 고립된 학교에서 방송실, 도서관, 과학실 등 곳곳을 옮겨 다니고, 복도를 내달리는 액션 장면들은 좀비 발생 상황을 시청자가 생생하게 목도하는 느낌을 받도록 연출했다고 했다.
감독 의도대로 이런 장면은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폭력 수위가 지나치다는 비판에는 "원작은 훨씬 강한 부분이 많았는데 영상화하면서 순화를 시켰고,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만들었다"며 "청소년 시청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데 있어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학교 폭력 피해 여학생이 성 착취 동영상에 찍힌 장면이나, 화장실에서 남몰래 출산한다는 설정 등이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두고는 "우리 사회에 많은 비극이 일어나는데 이를 단순하게 보여줘서 시청자를 자극하려고 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과하게 전달됐거나 불편한 분들이 있었다면 연출자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 착취 동영상에 찍힌) 은지는 자기 목숨보다도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에게 행해진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느꼈으면 했다"며 "(화장실 출산 설정 역시)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현실로, 순간 아이를 버렸지만,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극의 전체적인 주제와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구조 요청을 해도 오지 않는 어른들, 캠코더에 마지막이 될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는 학생들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 감독은 특정 사건만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그런 사건들이 녹아있다"며 "우리 사회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일어난 모든 사건이 모티브"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에는 딸 온조를 구하려는 아버지, 아들 청산이 걱정돼 무작정 학교로 뛰어가는 어머니가 보여주는 가족애와 온조와 청산의 러브라인 등 평범한 정서도 녹아있다.
이 감독은 "좀비 마니아만 보는 좀비물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좀비물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10대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랑, 우정 이런 테마를 빼놓기 쉽지 않았다"며 "살고 죽는 문제만 있으면 재미가 덜 할 것 같아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좋은 소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희망을 잃은 상태에 노출돼 있어 구해야 하는데 시스템은 그러지 못한다"며 "이들을 지키려는 사람은 아버지 같은 소시민으로,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일을 엄마, 아빠가 하려 한다는 것을 대비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드라마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각각 처한 상황을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친구를 죽음으로 모는 '빌런'(악당) 역의 나연은 사지에 몰려 "기댈 곳이 없다"고 읊조리고, 좀비에게 물린 뒤 인간의 모습을 유지한 채 절반만 좀비가 된 이른바 '절비'는 사람들 세계에 속하지 못한다.
이 감독은 "피해자, 가해자 이 두 가지로 딱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연의 대사를 보면 사회가 이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싶고, 극소수의 살아있는 좀비와 대다수의 인간 집단이 부딪치는 부분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드라마가 공개 직후 연일 넷플릭스 TV쇼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신기하고 얼떨떨하다.
예상은 못 했지만, 진심을 갖고 만들었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정서나 이야기들을 느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좀비물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장르인데, 기술 스태프들과 액션팀, 무술팀, 안무팀 등 제작진이 구현해낸 능력치들이 예상한 것보다 높았다"며 "보통 좀비물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반응이라 좀 더 새롭게 다가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절친이라고 밝히며 "'오징어 게임'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황 감독이) '내가 문을 살짝 열어 둔 건데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며 "'지금 우리 학교는'이 '오징어 게임' 뒤를 잇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 감독과 황 감독은 서울대 신문학과 동문이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순위 1위에 오른 뒤 9일째인 전날까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 감독은 시즌 2 제작 문제에 대해서는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시즌2를 연계해두고 설정해 둔 부분이 있어서 시즌 2가 나온다면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