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좌담회…항공대 총장 "연기금·기업 모두 손해볼 것"
수탁위로 일원화해 대표소송 본격화하려는 정부 움직임 비판
최광 전 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대표소송은 위험한 발상"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최 명예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7일 오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 좌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1997~1998년 제34대 복지부 장관, 2013~2015년 제14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복지부는 현재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이관하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통해 대표소송 본격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내부에 문제가 있거나 기업의 수익성이 낮으면 투자를 회수하면 된다"며 "정부든 기금운용 전문가든 누구도 기업 경영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에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금 운용의 '감독' 기능만 해야 하는 정부가 직접 '선수'로 뛰고 있다"며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수탁위가 설치됐고, 상근전문위원 임명을 복지부가 관장함에 따라 복지부가 선수로 뛰는 체제가 완벽히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연기금이 세계 최고의 투자 전문가를 거느리고 하루 24시간 자산운용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며 "특정 시민단체나 노조 역시 위원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각국의 정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세계 투자업계가 우리의 기금 운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까지 수탁위 사용차 측 대표를 맡았던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국민이 맡긴 노후자금을 기업인을 혼내주고 벌주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지속가능한 기금운용을 위한 제도 개혁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소송에서 질 경우 소송비용으로 인해 기금의 주인인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며 "소송에 이기더라도 소송 자체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주가가 내려가 기업과 연기금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총장은 "10년 전의 경영활동에 대해서도 소송이 가능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는 위축되고,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명예교수와 허 총장은 투자 원칙과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 대표소송 본격화 추진을 철회하고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이 되도록 제도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수탁위의 결정으로 실제 소송이 이뤄진다면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장사를 통제하는 무소불위의 기구가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에 간섭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