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적 맥락에서 본 집 꾸미기…'가구, 집을 갖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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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과 여가 생활을 모두 품게 된 집을 자기 취향대로 꾸미는 일에 더욱 열중한다.
팬데믹이 끝나면 '홈리빙' 열풍은 다시 사그라들까.
'가구, 집을 갖추다'의 저자 김지수는 홈리빙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제서야 자기 취향을 찾아 즐기는 문화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홈리빙은 재즈와 와인의 유행을 지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에 꽃핀 캠핑·레저 문화와 같은 맥락에 있다.
홈리빙은 '나만의 작은 문명'을 만드는 일이자 '개인이 주체가 되는 문화'를 누리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홈리빙을 '인테리어' 관점이 아닌, 역사와 문화의 맥락에 놓고 들여다본다.
온돌의 열기로 방을 덥히는 문화가 한반도에 정착한 때는 전세계에 소빙기가 들이닥친 17세기 무렵이다.
그전까지 온돌 방식은 연해주 정도에서만 쓰였다.
온돌을 까니 신발을 벗고 바닥에 눕거나 앉는 일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소반이나 경대처럼 작고 옮기기 편한 가구가 주를 이뤘다.

요즘 한국에서는 실용성을 강조하고 장식을 배제한 미드 센추리 모던(MCM) 디자인이 대세다.
얼마 전까지 유행한 북유럽 스타일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1950∼1960년대 미국에서 MCM 디자인이 유행할 때 주목받은 가구 상당수가 덴마크 디자이너들 작품이었다.
MCM과 북유럽 디자인의 차이는 가구보다는 인테리어와 소품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20세기 중반 MCM이 정점을 찍은 이후로는 새로운 디자인 스타일이 더이상 등장하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MCM과 북유럽 디자인도 바우하우스와 데 스틸 같은 모더니즘 운동의 반복과 변용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미니멀리즘, 내추럴 모던, 빈티지, 킨포크 역시도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닌 셈"이라며 "그리스 로마 예술 양식을 2000년 이상이나 반복하고 응용한 과거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싱긋. 328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