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봉하마을서 盧 기리며 '눈물'…尹 "盧 고뇌 가슴에 새긴다"며 울컥
李, 친노·친문표 결집 제스처…尹은 PK 내 盧지지층 구애 '해석'
앞다퉈 '노무현 향수' 자극한 李·尹…초박빙 타개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주말 사이 나란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초박빙 양강 구도를 지속 중인 여야 후보가 대선을 한달 앞두고 두고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노무현 끌어안기'에 나선 데에는 나름의 '득표 셈법'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그 참혹했던 순간을 잊기 어렵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 후보는 너럭바위에 다가가기 앞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가 하늘을 보는 등 감정이 흔들리더니 이내 흐느꼈고, 흰 면장갑을 낀 채로 눈물을 닦아 냈다.

지난달 24일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이자 '제2의 고향'인 성남의 상대원 시장 연설 이후 13일 만에 터트린 눈물이었다.

1박 2일 부산·경남(PK)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던 '남부 수도권 구상' 발표 역시 노 전 대통령 사저 마당에서 진행됐다.

그는 즉석연설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고 문재인의 꿈이고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말한)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이재명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가운데 아직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일부 친노·친문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내에서는 현재 60% 수준인 호남 지지율 등을 미뤄볼 때 전통 지지층이 온전히 결집해 있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다퉈 '노무현 향수' 자극한 李·尹…초박빙 타개책?
전날 윤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북받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도 이례적이었다.

그것도 노 전 대통령이 묻힌 김해 봉하마을이 아닌 제주 강정마을에서였다.

윤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면서 목이 메는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울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과 평화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진보 진영의 거센 반대에도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데 대해 사실상 '경의'를 표시한 셈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선거 막판 '친노무현'을 강조한 것은 중도 성향의 부동층은 물론 김해 일대에 포진한 PK 내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윤 후보의 '노무현 추모' 메시지가 일부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앞서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통해 본의 아니게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를 보고 2시간 동안 운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