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한 명만 공무원이어도 구성원 전부 못 받아
재택치료 확산으로 불만 증가할 것으로 전망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박철규(가명ㆍ50대)씨와 이지선(가명ㆍ20대)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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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규 씨는 두 자녀와 아내를 둔 가장이다.

지난달 그의 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가족이 전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다.

그는 공무원이기에 자가격리 기간이 유급휴가 처리됐다.

이 때문에 그의 두 자녀와 아내는 '생활지원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생활지원비'는 코로나19로 입원ㆍ격리 통지를 받은 사람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해당 대상자면 4인가구 기준 한 달에 130만 원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관련 기준상 가족 중 공무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지원비를 받을 수 없다.

박 씨는 "부모에게서 독립한 딸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 때문에 혼자 사는 딸이 생활지원비 신청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형제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지선 씨도 자가격리 통지를 받아 열흘간 격리됐다.

격리 해제 후 이 씨는 부모가 공무원이라 생활지원비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접했다.

그는 "소득요건도 아닌 부모의 직업 때문에 지원비를 받지 못해 차별감을 느꼈다"며 "격리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중간에 그만두게 됐는데 허탈하다"라고 토로했다.

[OK!제보] '공무원 가족은 못 받는다'….코로나 '생활지원비' 제외 논란
두 사례 모두 '생활지원비' 지원제외 대상을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로 판단하는 정책이 원인이다.

코로나19로 입원이나 격리 통지를 받았더라도 가구원 중 한 명이라도 지원제외 대상이면 가족 전체가 지원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씨의 사례처럼 지원제외자와 현재 따로 살고 있더라도 지원비를 받을 수 없다.

법률상 배우자 및 30세 미만 미혼 자녀는 가구원 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OK!제보] '공무원 가족은 못 받는다'….코로나 '생활지원비' 제외 논란
박철규 씨와 이지선 씨는 현행 '생활지원비' 지원 기준을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박 씨는 "지원제외 대상이 포함된 가정을 원천 제외하지 말고, 실제 경제활동에 피해를 본 가구원 수를 산정해 지원비를 지급해줬으면 한다"며 "독립한 자녀도 따로 신청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 씨는 "공무원 가족이 지원비를 받을 수 없는 이유를 방역당국이 상세히 알려주길 바란다"며 "일부 제외되는 가족 구성원이 있더라도 그 구성원을 뺀 나머지 격리대상자 수만큼 지원비가 지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OK!제보] '공무원 가족은 못 받는다'….코로나 '생활지원비' 제외 논란
지난해 12월부터 재택치료자에게 지급되는 '재택치료 추가 생활지원비'도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재택치료 추가 생활지원비'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재택치료자에게 지급되며 4인가구 기준 월 46만원 수준이다.

'추가 생활지원비' 또한 기존 '생활지원비'와 지원제외 기준이 같아 '생활지원비'의 대상이 아니라면 '추가 생활지원비'도 받을 수 없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택치료자의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28일 5만6백여 명이던 재택치료자가 10만4천여 명(4일 0시 기준)으로 일주일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도 제 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향후 '추가 생활지원비'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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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