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가설 뒤집는 연구 결과…"확대보다 적재적소 설치돼야"
CCTV 많으면 강력범죄 정말 줄어들까…"예방보단 체포에 도움"
폐쇄회로(CC)TV가 많을수록 범죄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익숙한 가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6일 한국셉테드학회지에 따르면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동 대학원 범죄학과(석사과정) 신지희·고나영씨가 발표한 'GIS 공간분석을 통한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관한 연구: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중심으로'에는 CCTV가 증가한 자치구에서 강간·강제추행과 절도 같은 강력범죄가 오히려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담겼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공공기관이 설치한 CCTV는 2017년 95만4천261대에서 매년 꾸준히 증설돼 2020년도에는 133만6천653대까지 늘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매년 약 1천여 개의 CCTV가 추가로 설치되거나 교체됐다.

2015년부터는 이전보다 2천여 개가 추가된 후 2017년부터는 큰 폭으로 늘지는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자치구는 중구였고 종로구·성동구·서대문구·강남구·양천구도 많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종로구는 같은 해 기준 인구 10만 명당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절도·폭력 등 5대 강력범죄가 가장 자주 일어난 자치구로 꼽혔다.

중구도 살인을 제외하고 4대 분야에서 종로구와 함께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한 곳으로 기록됐으며 강간·강제추행의 경우 2017년에는 더욱 증가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연구진은 "CCTV가 밀집돼 많이 설치된 지역임에도 여전히 높은 비율로 범죄가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정한 지역에 있는 시설이나 물건 등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살피는 공간자기상관분석을 통해 보면 중구와 용산구, 서대문구는 CCTV 설치 지역 수와 수량이 함께 늘어났지만 강간·강제추행과 절도 범죄 발생 역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CCTV가 많이 설치된 곳과 강력범죄가 다발하는 곳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접 지역에도 영향을 줘 CCTV 설치량과 범죄 발생 건수가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는 게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CCTV가 많이 설치된 지역은 강력범죄가 더 적게 발생하는 지역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가설과는 정반대 결과를 보여줬다"며 "CCTV가 범죄예방보다는 범죄자 체포에 더 도움이 된다는 측면과 범죄 다발 지역에 적극적으로 설치되는 것으로도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CCTV 설치 수량을 늘려 감시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범죄 예방을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는 만큼 설치 확대보다 적재적소에 설치됐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