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이 등장한 것과 관련,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
반중(反中) 정서가 팽배한 국내 젊은층의 표심을 의식한 동시에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며 야권이 가하는 '친중(親中)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후보는 5일 창원 현대로템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 정부가 과거에 역사 공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한 사례가 있다"면서 "그 후에도 계속 동해안, 서해안에 불법 어선을 방치해서 대한민국 국민, 특히 어민의 분노를 사게 한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다시 문화공정이라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국으로서 과연 이래야 되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 시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치, 한복, 심지어 특정 세계적인 스타 연예인이 어디 출신이다, 이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지금 문화공정이라고 하는 것이 심각하게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축제가 열리는 시기이긴 한데 이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우려를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문화공정에 대한 저의 의지,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들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날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는 페이스북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고 쓰기도 했다.
이 후보는 미·중 간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 "가장 비주체적이고 굴종적인 자세"라며 즉답을 피하는 등 실용·균형 외교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반미·친중' 공세를 가하며 색깔 입히기를 시도해왔다고 이 후보측은 보고 있다.
앞서 전날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했다.
이와 관련,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가 이렇게 많이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찬대 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중국 정부의 문화공정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