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마음쌓기
호리병과 컵, 코끼리 인형 등이 쌓여 있다. 서로 연관성이 불분명한 사물들이 어두운 초록 배경 앞에서 탑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 장면은 사진가 이예은의 사진전 ‘227명의 사람들’ 전시작의 하나다. 작가가 소유한 물건 가운데, 아끼거나 의미 있는 것들을 쌓은 뒤 사진 찍은 것이다.

탑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인류는 오랜 세월 종교적 믿음, 공동체의 상징으로 탑을 세웠다. 보통 사람들도 산행길에 돌을 쌓아 개인적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했다.

작가는 자신의 물건들로 탑을 만들었다. 팬데믹으로 우울감이 세상을 가득 채운 이 시대가 지나가고 자유의 시간이 다시 찾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물건들도 예술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 현대 예술의 흐름 가운데 하나는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물들에 의미를 주고 상상의 기능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사물의 가치는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이예은의 작품들은 부산 BMW포토스페이스에서 오는 4월 2일까지 전시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