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 기부할 때만 해도 좋았는데…포스코-포항시 급속 냉각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포스코와 경북 포항시 사이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2일 포항시와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후 포항에 제철소를 설립하며 성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 따른 환경오염, 연안 매립 등에 따른 해양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문제도 불거졌다.

그러나 포스코 성장과 함께 철강공단 기업 입주, 포항 인구 증대 등으로 많은 시민이 직·간접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포스코 역시 사회공헌 활동과 투자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이 때문에 포스코와 포항시는 50여 년간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면서도 비교적 큰 마찰 없이 지냈다.

더군다나 포스코가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포항 북구 환호공원에 117억원을 들여 만든 체험형 랜드마크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를 시에 기부하면서 양측 관계는 끈끈하게 이어졌다.

이 조형물 덕분에 환호공원은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차난이 발생할 정도로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조형물 기부할 때만 해도 좋았는데…포스코-포항시 급속 냉각
하지만 포스코가 2000년 10월 민영화 이후 21년 만에 투자형 지주회사(포스코홀딩스) 아래 철강 등 사업 자회사를 두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면서 양측 관계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시는 포스코가 지난해 12월부터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시나 관계 기관과 별다른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내심 섭섭해하고 있다.

포항지역 투자나 대책안을 발표하지 않았고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설립하기로 한 점도 시를 자극했다.

이 때문에 시는 1월에 시의회, 지역구 국회의원, 시민단체 등과 함께 성명을 발표하거나 집회를 열며 지주사 포항 설립을 촉구했다.

반면 포스코 측은 지주사의 경우 포스코를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등 자회사 투자 관리나 미래 신사업 발굴을 맡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포항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설립은 이미 확정됐다.

포스코 측이 포스코홀딩스나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두기로 한 결정을 바꿀 의사가 없는 만큼 포스코와 포항시 냉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조형물 기부할 때만 해도 좋았는데…포스코-포항시 급속 냉각
조형물 기부할 때만 해도 좋았는데…포스코-포항시 급속 냉각
/연합뉴스